1. 개요
인도네시아 동쪽의 작은 섬들에는 현존하는 도마뱀 가운데 가장 큰 동물이 살고 있어요. 바로 코모도왕도마뱀이에요. 다 자란 수컷은 몸길이가 2.5~3m, 몸무게가 70~90kg에 이르고, 사슴이나 멧돼지, 때로는 물소까지 사냥하는 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예요.
코모도왕도마뱀은 20세기 초에야 서양 과학계에 알려졌어요. 그전까지는 섬 주변 어부와 주민들 사이에서 거대한 땅 악어가 산다는 소문으로만 전해졌죠. 1910년대에 실제 표본이 확인되자 살아 있는 용이 발견됐다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고, 이후 영화와 소설 속 괴수의 모델이 되기도 했어요.
오랫동안 코모도왕도마뱀의 침 속 세균이 먹잇감을 패혈증으로 죽인다고 알려졌지만, 2000년대 연구를 통해 아래턱에 독샘이 있고 이 독이 피를 굳지 않게 하고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또 수컷 없이 암컷 혼자 새끼를 낳는 단위생식이 확인되면서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어요.
현재 야생 개체는 수천 마리 정도로 추정되며,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위험 때문에 2021년 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EN) 등급으로 상향됐어요. 코모도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요.
2. 이름과 분류

Photograph by Mike Peel (www.mikepeel.net). · CC BY-SA 4.0
코모도왕도마뱀의 학명은 Varanus komodoensis로, 유린목 왕도마뱀과(Varanidae) 왕도마뱀속(Varanus)에 속해요. 1912년 네덜란드령 동인도의 자연사 박물관장이던 피터 오우번스가 처음 학술적으로 기재했어요. 그보다 조금 앞서 플로레스섬에 주둔하던 네덜란드 장교가 섬 주민들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개체를 잡아 가죽과 사진을 보낸 것이 발견의 계기가 됐어요.
종소명 komodoensis는 코모도섬에서 왔다는 뜻이에요. 영어 이름의 dragon은 생김새와 크기에서 붙은 별명이 굳어진 것이고, 현지에서는 오라(ora), 부야 다랏(땅의 악어라는 뜻) 같은 이름으로 불러요. 한국어 이름 코모도왕도마뱀은 섬 이름과 왕도마뱀이라는 무리 이름을 합친 것이에요. 흔히 코모도드래곤이라고도 불러요.
왕도마뱀속에는 80종 안팎이 있으며, 아프리카·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에 퍼져 있어요. 그중 코모도왕도마뱀은 가장 크고 무거운 종이에요. 유전 연구에 따르면 코모도왕도마뱀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왕도마뱀류와 가장 가까운 무리에 속하며,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의 레이스모니터 등과 같은 계통으로 분류돼요. 아종은 따로 인정되지 않아요.
3. 진화
코모도왕도마뱀을 두고 오랫동안 섬에 고립되면서 몸집이 커진 섬 거대화의 예라는 설명이 많았어요. 섬에는 큰 육식동물이 없으니 도마뱀이 그 빈자리를 차지하며 거대해졌다는 논리죠. 하지만 2009년 발표된 화석 연구는 다른 그림을 보여 줬어요.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의 약 380만 년 전 지층에서 코모도왕도마뱀과 매우 비슷한 큰 왕도마뱀의 뼈 화석이 발견됐어요. 연구진은 이 화석을 코모도왕도마뱀과 같은 종으로 보았고, 코모도왕도마뱀의 조상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미 큰 몸집으로 진화한 뒤 서쪽으로 퍼져 인도네시아 섬들에 도달했다고 해석했어요. 플로레스섬에서는 약 90만 년 전의 화석도 발견됐어요. 즉 코모도왕도마뱀은 섬에서 커진 것이 아니라, 원래 컸던 거대 왕도마뱀이 다른 곳에서는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생존자라는 거예요.
오스트레일리아에는 한때 이보다 훨씬 큰 왕도마뱀도 있었어요. 메갈라니아라고도 불리는 바라누스 프리스쿠스는 몸길이가 수 미터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크기 추정치는 연구에 따라 차이가 커요. 이런 거대 왕도마뱀들은 대부분 빙하기 동안 멸종했고, 코모도왕도마뱀만이 작은 섬에서 살아남았어요.
플로레스섬에는 한때 키 1m 남짓한 고대 인류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와 난쟁이 코끼리의 일종인 스테고돈이 함께 살았어요. 코모도왕도마뱀의 조상이 이 난쟁이 코끼리를 사냥했을 가능성도 제기돼요.
4. 분포와 서식지

Bloopityboop · CC BY-SA 4.0
코모도왕도마뱀의 분포는 놀랄 만큼 좁아요. 인도네시아 소순다 열도의 코모도섬, 린차섬, 플로레스섬 서부와 북부 해안 일부, 그리고 길리 모탕, 누사 코데(길리 다사미) 같은 작은 섬에만 살아요. 이 섬들 대부분은 코모도 국립공원에 속해 있어요.
이 지역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비가 적은 건조한 곳이에요. 우기가 짧고 건기가 길어서, 열대우림보다는 풀이 무성한 사바나와 키 작은 낙엽 활엽수림, 야자나무가 흩어진 초원이 펼쳐져 있어요. 코모도왕도마뱀은 주로 이런 열린 사바나와 건조림에 살고, 해안의 맹그로브 숲과 해변에도 나타나요. 어린 개체는 나무 위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요.
과거에는 플로레스섬의 더 넓은 지역에 살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의 거주지와 농경지가 늘면서 현재는 일부 해안 지역에만 남았어요. 플로레스섬의 개체군은 코모도 국립공원 밖에 있어서 보호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에요. 일부 작은 섬에서는 개체 수가 매우 적어 사라질 위험이 크다고 알려져 있어요.
5. 신체 특징
| 항목 | 수컷 | 암컷 |
|---|---|---|
| 몸길이 | 약 2.5~3m | 약 1.8~2.3m |
| 몸무게(야생) | 약 70~90kg | 약 40~70kg |
| 이빨 | 약 60개, 톱니 모양 | 같음 |
| 최대 속도 | 짧은 거리에서 시속 약 20km | 같음 |
기록상 가장 큰 개체는 몸길이 3m를 조금 넘고, 몸무게가 150kg 이상이었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런 수치는 대개 사육 개체이거나 먹이를 먹은 직후에 잰 것이라 일반적인 야생 개체와는 차이가 있어요.
몸은 길고 묵직하며, 굵고 강한 꼬리는 몸길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요. 다리는 짧지만 근육이 발달했고, 발에는 날카롭고 굽은 발톱이 있어 땅을 파거나 먹이를 붙잡는 데 써요. 다 자란 개체는 대체로 회갈색이나 칙칙한 흙색이고, 어린 개체는 몸에 노란색과 검은색 띠무늬가 있어 더 화려해요.
피부 아래에는 작은 뼛조각인 골편(오스테오덤)이 촘촘히 박혀 있어서 마치 쇠사슬 갑옷처럼 몸을 보호해요. 이 골편은 나이가 들수록 더 촘촘하고 넓게 발달하며, 어린 개체에게는 거의 없어요.
이빨은 상어 이빨처럼 납작하고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이라 살을 자르기에 알맞아요. 이빨은 평생 계속 빠지고 새로 나며, 최근 연구에서는 이빨의 날카로운 가장자리와 끝부분에 철분이 농축된 주황색 층이 있어 이빨을 단단하게 해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갈라진 긴 혀는 공기 중의 냄새 분자를 모아 입천장의 야콥슨 기관으로 전달해요. 이 감각으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썩은 고기 냄새도 알아챌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거리는 바람과 조건에 따라 달라 자료마다 차이가 있어요. 시력은 꽤 좋아서 수백 미터 떨어진 움직임을 볼 수 있지만, 청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약한 편이에요.
6. 생태와 습성

Spencer Weart · CC BY-SA 3.0
코모도왕도마뱀은 변온동물이라 체온을 햇볕과 그늘을 오가며 조절해요. 아침에 해가 뜨면 굴에서 나와 햇볕을 쬐며 몸을 데우고, 한낮의 뜨거운 시간에는 그늘이나 굴 속에서 쉬다가, 오후 늦게 다시 활발하게 돌아다녀요. 밤에는 직접 판 굴이나 바위틈에 들어가 체온 손실을 줄여요. 굴은 깊이가 수 미터에 이르기도 해요.
기본적으로 혼자 생활하지만, 큰 먹잇감의 사체가 있으면 여러 마리가 모여 함께 먹어요. 이때 몸집이 큰 수컷이 먼저 먹고 작은 개체는 기다리는 식의 서열이 나타나요. 서열 다툼이 생기면 두 수컷이 뒷다리와 꼬리로 몸을 세운 채 서로 껴안고 밀어 넘어뜨리는 격렬한 씨름을 벌여요.
코모도왕도마뱀은 넓은 행동권을 가지며, 하루에 수 킬로미터를 걸어 다니기도 해요. 수영도 잘해서 섬과 섬 사이의 좁은 바다를 헤엄쳐 건너는 모습이 관찰된 적이 있어요. 다만 개체군 사이의 교류는 많지 않아서, 섬마다 유전적으로 조금씩 다른 특징이 나타나요.
어린 개체는 땅 위의 큰 개체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있어서 생애 초기 몇 년을 주로 나무 위에서 보내요. 나무에서 곤충, 도마뱀붙이, 새알 등을 먹다가, 몸이 커지면 땅으로 내려와요.
7. 먹이
코모도왕도마뱀은 철저한 육식동물이에요. 다 자란 개체의 주된 먹이는 티모르사슴(루사사슴), 멧돼지, 그리고 섬에 사는 물소 같은 큰 포유류예요. 이 사슴과 물소는 오래전 사람이 섬에 들여온 것으로 여겨지는데, 지금은 코모도왕도마뱀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먹이가 되었어요. 그 밖에 원숭이, 새, 알, 작은 동물, 바닷가로 밀려온 물고기와 거북도 먹어요. 다른 코모도왕도마뱀, 특히 어린 개체를 잡아먹는 동족 포식도 흔해요.
사냥은 주로 매복으로 이뤄져요. 사슴이 다니는 길목 풀숲에 몸을 숨기고 오래 기다리다가, 먹잇감이 가까이 오면 순식간에 달려들어 다리나 배, 목을 물어요. 톱니 같은 이빨이 깊은 상처를 내고, 독이 피가 굳는 것을 막으며 혈압을 떨어뜨려 먹잇감을 쇼크 상태에 빠뜨려요. 물린 동물이 도망치더라도 피를 많이 흘리며 약해지기 때문에, 코모도왕도마뱀은 냄새를 따라가 결국 쓰러진 먹잇감을 찾아내요.
먹을 때는 엄청난 양을 한꺼번에 먹어요. 한 번에 자기 몸무게의 상당 부분, 많게는 80% 가까이를 먹을 수 있다는 기록도 있어요. 아래턱이 유연하게 벌어지고 두개골 관절이 움직여서 큰 덩어리를 통째로 삼킬 수 있고, 털이나 뼈, 발굽처럼 소화가 안 되는 부분은 나중에 덩어리로 토해내요. 대사율이 낮아서 큰 먹이를 먹은 뒤에는 한 달 가까이 먹지 않고도 지낼 수 있다고 해요.
7.1. 세균설과 독설
수십 년 동안 코모도왕도마뱀의 입 속에는 썩은 고기 찌꺼기 때문에 독한 세균이 가득하고, 물린 동물은 이 세균에 감염되어 패혈증으로 죽는다는 설명이 교과서와 다큐멘터리에 널리 퍼져 있었어요.
그런데 2009년 발표된 연구에서 자기공명영상(MRI)과 해부를 통해 코모도왕도마뱀의 아래턱에 뚜렷한 독샘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어요. 이 독샘에서 나오는 물질은 피의 응고를 방해하고 혈관을 넓혀 혈압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작용을 해요. 이후 다른 연구에서는 코모도왕도마뱀의 입 속 세균이 다른 육식동물보다 특별히 위험하지 않다는 결과도 나왔어요.
현재는 날카로운 이빨로 인한 큰 상처와 독의 작용이 함께 먹잇감을 쓰러뜨린다는 해석이 주류예요. 다만 독이 사냥에서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어요. 물소처럼 웅덩이에 들어가 사는 동물의 경우에는 상처가 오염되어 감염되는 일이 실제로 생길 수도 있어서, 세균이 전혀 관계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요.
8. 번식과 일생
짝짓기는 주로 건기인 5~8월 무렵에 이뤄져요. 이 시기에는 수컷끼리 암컷을 차지하려는 씨름이 자주 벌어지고, 이긴 수컷이 암컷에게 다가가 혀로 냄새를 맡고 몸을 문지르며 구애해요. 암컷이 거세게 저항하는 경우도 많아서 짝짓기 과정이 꽤 거칠어요.
암컷은 8~9월 무렵 알을 낳는데, 직접 땅을 파서 둥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오렌지발무덤새라는 새가 흙과 낙엽으로 쌓아 올린 커다란 둥지 더미를 즐겨 이용해요. 이 둥지 더미는 썩는 낙엽에서 나오는 열로 따뜻하게 유지되어 알을 품기에 좋아요. 암컷은 가짜 구멍을 여러 개 파서 둥지 위치를 감추고, 몇 달 동안 근처를 지키기도 해요.
| 단계 | 기간 | 특징 |
|---|---|---|
| 짝짓기 | 5~8월 무렵 | 수컷끼리 씨름으로 경쟁 |
| 산란 | 8~9월 무렵 | 한 번에 약 15~30개, 평균 20개 안팎 |
| 부화까지 | 약 7~8개월 | 우기가 끝날 무렵 부화 |
| 새끼 | 몸길이 약 40cm | 부화 직후부터 독립, 나무 위 생활 |
| 성숙 | 약 8~10년 | 몸이 커지며 땅 위 생활로 전환 |
| 수명 | 30년 이상으로 추정 | 자료마다 차이가 큼 |
새끼는 부화하자마자 스스로 살아가야 해요. 부모의 보살핌은 없고, 다 자란 개체가 새끼를 잡아먹기도 하기 때문에 곧장 나무 위로 올라가요. 어린 개체는 큰 개체 근처에서 먹이를 먹을 때 자기 몸에 배설물을 묻혀 냄새를 위장하는 행동도 보인다고 알려져 있어요.
성숙하기까지 8년 이상이 걸리고 번식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개체 수가 한 번 줄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요.
8.1. 단위생식
2006년, 수컷과 접촉한 적이 없는 사육 상태의 암컷 코모도왕도마뱀 두 마리가 낳은 알에서 새끼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영국에서 보고됐어요. 유전자 검사 결과 이 새끼들은 아버지 없이 어미의 유전자만으로 태어난 단위생식의 결과였어요.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태어난 새끼가 모두 수컷이었다는 거예요. 새의 경우처럼 코모도왕도마뱀은 성염색체가 ZW 방식이라, 암컷은 ZW, 수컷은 ZZ예요. 단위생식에서는 어미의 염색체가 복제되어 ZZ 또는 WW가 되는데, WW는 살아남지 못하고 ZZ인 수컷만 태어나요.
과학자들은 이 능력이 고립된 섬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추측해요. 암컷 한 마리가 바다를 건너 새로운 섬에 도착하더라도 수컷 새끼를 낳고, 그 아들과 짝짓기해 새로운 개체군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다만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아지는 문제가 있어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코모도왕도마뱀은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습 때문에 둔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영리한 동물이에요. 사육 상태에서 관찰된 바에 따르면 사육사를 개별적으로 구별하고, 물건을 가지고 노는 듯한 행동을 보이며, 먹이를 주는 시간과 장소를 빠르게 학습해요. 야생에서는 사슴이 자주 다니는 길목과 물웅덩이를 기억해 매복 장소를 고르는 것으로 보여요.
의사소통은 주로 냄새와 몸짓으로 이뤄져요. 혀로 다른 개체의 냄새를 확인하고, 위협할 때는 목을 부풀리고 쉭쉭 소리를 내며 입을 벌려요. 서열이 낮은 개체는 몸을 낮추거나 물러나서 다툼을 피해요.
코모도왕도마뱀은 오랜 시간 굶어도 버틸 수 있는 낮은 대사율, 짧은 거리에서의 빠른 돌진, 상처를 크게 내는 이빨과 독, 단위생식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요. 또 면역 체계가 강해 상처가 잘 감염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어서, 일부 과학자들은 코모도왕도마뱀의 혈액에서 새로운 항균 물질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10. 천적과 생존
다 자란 코모도왕도마뱀에게는 사람을 제외하면 사실상 천적이 없어요. 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알과 새끼 시절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요. 알은 멧돼지나 사향고양이류가 파헤쳐 먹을 수 있고, 새끼는 맹금류, 뱀, 그리고 무엇보다 다 자란 코모도왕도마뱀에게 잡아먹혀요. 일부 연구에서는 어린 개체가 잡아먹히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추정해요.
이 때문에 새끼가 나무 위에서 지내는 습성, 몸에 냄새를 위장하는 행동, 어린 시절의 화려한 무늬로 나무 그늘에 숨는 능력이 생존에 중요해요.
다 자란 개체에게 가장 큰 위험은 먹이 부족이에요. 섬 주민들이 사슴과 멧돼지를 사냥하면 코모도왕도마뱀이 먹을 큰 먹이가 줄어들어요. 또 개체군이 작은 섬에서는 근친 교배로 인한 유전적 다양성 감소도 장기적인 위협이에요.
11. 인간과의 관계
코모도섬의 원주민인 아타 모도 사람들 사이에는 코모도왕도마뱀과 사람이 쌍둥이 형제라는 전설이 전해져요. 옛날 한 공주가 쌍둥이를 낳았는데, 하나는 사람 아이였고 다른 하나는 도마뱀이었으며, 도마뱀 형제는 숲으로 가서 오라가 되었다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전통적으로 주민들은 코모도왕도마뱀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으려 했다고 해요.
20세기 초 서양에 알려진 뒤에는 수많은 탐험대와 수집가가 섬을 찾았어요. 1926년 미국의 한 탐험대는 살아 있는 개체와 표본을 미국으로 가져갔는데, 이 탐험 이야기가 영화 킹콩의 아이디어에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어요. 이후 각국의 동물원이 코모도왕도마뱀을 들여가려 했고, 무분별한 포획을 막기 위해 일찍부터 보호 조치가 시작됐어요.
사람에 대한 공격은 드물지만 실제로 일어나요. 국립공원 안 마을 주민이나 공원 관리인, 관광객이 물리는 사고가 기록되어 있고, 드물게 사망 사고도 있었어요. 그래서 국립공원에서는 반드시 공원 안내인과 함께 정해진 길로만 다니도록 하고 있어요.
코모도 국립공원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관광지예요. 관광 수입은 보전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도 커졌어요. 2019년 무렵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모도섬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철회했고, 이후 린차섬에 대규모 관광 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공사 차량 앞을 코모도왕도마뱀이 막아선 사진이 퍼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한국과는 직접적인 인연이 적지만, 다큐멘터리와 동물원을 통해 한국인에게도 살아 있는 공룡 같은 동물로 잘 알려져 있어요.
12. 보전 현황
코모도왕도마뱀은 오랫동안 IUCN 적색목록에서 취약(VU) 등급이었지만, 2021년 위기(EN) 등급으로 한 단계 올라갔어요. 개체 수 자체는 국립공원 안에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서식지가 매우 좁고,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서식 가능한 저지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었기 때문이에요.
전체 야생 개체 수는 대략 3천 마리 안팎으로 추정되며, 그중 번식 가능한 성체는 1천여 마리 수준이라는 평가가 있어요. 다만 조사 방법과 연도에 따라 숫자가 달라서 정확한 수치는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야 해요. 코모도섬과 린차섬의 개체군이 가장 크고, 플로레스섬과 작은 섬들의 개체군은 훨씬 작아요.
주요 위협 요인은 다음과 같아요.
-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
- 플로레스섬의 농경지 확대와 산불
- 사슴·멧돼지 밀렵으로 인한 먹이 감소
- 작은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 감소
- 관광 개발에 따른 서식지 교란
코모도 국립공원은 1980년 지정됐고, 199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어요. 코모도왕도마뱀은 인도네시아 법으로 보호되며, CITES 부속서 I에 올라 있어 상업적 국제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돼요. 한국에서도 CITES 부속서 I 종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수입과 사육에 엄격한 허가가 필요해요.
13. 동물원에서
코모도왕도마뱀은 세계 여러 동물원에서 인기 있는 전시 동물이에요. 사육 상태에서는 넓은 공간,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열원, 땅을 팔 수 있는 바닥재, 그리고 개체끼리 싸우지 않도록 분리된 공간이 필요해요. 대부분의 동물원에서는 다 자란 개체를 따로따로 기르고 번식기에만 합사해요.
동물원 개체는 국제적인 혈통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되며, 사육 상태 번식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요. 앞서 소개한 단위생식도 동물원 개체를 통해 처음 확인된 것이라, 동물원 연구가 이 종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부분도 있어요.
한편 사육 개체는 야생 개체보다 운동량이 적고 먹이를 규칙적으로 얻기 때문에 비만해지기 쉬워요. 그래서 동물원에서는 먹이를 숨기거나 냄새로 찾게 하는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넓은 영역을 돌아다니는 동물을 좁은 공간에 두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윤리적 논쟁도 계속되고 있어요.
개인이 코모도왕도마뱀을 기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국제법과 인도네시아법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이국적인 파충류 거래에서 코모도왕도마뱀의 새끼가 불법으로 거래되다 적발된 사례도 있어요.
14. 대중문화 속 코모도왕도마뱀
- 1926년 탐험대의 이야기는 1933년 영화 킹콩의 탄생에 영감을 준 것으로 자주 언급돼요. 거대한 미지의 섬에 사는 괴수라는 설정이 코모도섬 탐험과 닮았어요.
- 코모도왕도마뱀은 인도네시아를 상징하는 동물로, 화폐와 우표, 관광 홍보물에 자주 등장해요.
- 각종 괴수 영화와 게임에서 거대한 도마뱀 괴물의 모델이 되었고, 코모도라는 이름 자체가 강력함을 상징하는 단어로 상품명이나 소프트웨어 이름에 쓰이기도 해요. 컴퓨터 체스 엔진 가운데에도 이 이름을 딴 프로그램이 있어요.
-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물소를 사냥하는 장면은 가장 극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혀요.
- 2011년 신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에서 코모도 국립공원이 선정 목록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15. 여담
- 코모도왕도마뱀이 길리 모탕 같은 작은 섬에서는 큰 섬의 개체보다 몸집이 작다는 연구가 있어요. 먹이의 크기와 양이 몸집에 영향을 준다는 해석이에요.
- 코모도왕도마뱀은 사슴이 물을 마시러 오는 웅덩이 근처에서 먹잇감을 기다리는 일이 많아요.
- 혀를 날름거리는 횟수는 냄새를 따라갈 때 크게 늘어나요.
- 코모도섬 주민들은 전통적으로 사냥한 사슴의 일부를 코모도왕도마뱀에게 남겨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 공룡과 비슷해 보이지만 코모도왕도마뱀은 공룡의 후손이 아니에요. 공룡의 살아 있는 후손은 새이고, 도마뱀은 공룡과는 일찍 갈라진 다른 계통이에요.
- 국립공원 일대 바다는 산호초와 쥐가오리로 유명한 다이빙 명소이기도 해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코모도왕도마뱀의 침 속 세균이 먹이를 죽인다는 게 사실인가요?
오래된 설명이에요. 2009년 연구에서 아래턱의 독샘이 확인됐고, 지금은 큰 상처와 독이 함께 먹이를 쓰러뜨린다는 해석이 주류예요. 다만 독의 비중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있어요.
왜 2021년에 위기 등급으로 올라갔나요?
서식지가 몇 개의 작은 섬뿐이고,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오르면 살 수 있는 저지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에요. 야생 개체 수는 수천 마리 수준으로 추정돼요.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나요?
드물지만 실제로 일어나요. 국립공원 안 주민이나 관리인, 관광객이 물린 사례가 있고 사망 사고도 드물게 있었어요. 그래서 공원에서는 안내인과 함께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해요.
사진 출처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허락 사진이에요. 각 사진의 작가와 라이선스는 아래와 같아요.
- 202306 Varanus komodoensis.jpg — James Jolokia (james1203) · CC BY 4.0
- At Chester Zoo 2023 019 - Komodo Dragon (cropped).jpg — Photograph by Mike Peel (www.mikepeel.net). · CC BY-SA 4.0
- Juvenile Komodo Dragon (Varanus komodoensis) 2.jpg — Bloopityboop · CC BY-SA 4.0
- Komodo-mating.JPG — Spencer Weart · CC BY-SA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