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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Balaenoptera musculus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로, 몸길이 30m 안팎까지 자라요. 작은 크릴을 하루 몇 톤씩 걸러 먹으며, 20세기 포경으로 멸종 직전까지 몰렸다가 서서히 회복 중이에요.

한 번에 자기 몸무게만큼의 바닷물을 들이켜는 돌진 섭식180데시벨이 넘는 낮은 울음이 수백 km까지 전달새끼는 태어날 때 약 7m, 2~3톤귀지 마개의 층으로 나이와 일생의 기록을 알 수 있음한 번도 사육된 적이 없는 동물

1. 개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답은 공룡이 아니라 지금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대왕고래예요. 다 자라면 몸길이가 25m를 훌쩍 넘고, 가장 큰 개체는 30m 안팎, 몸무게는 150톤 이상으로 추정돼요. 거대한 용각류 공룡들도 길이로는 비슷했을지 몰라도 무게로는 대왕고래를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 대부분 학자의 견해예요.

이렇게 큰 몸으로 대왕고래가 먹는 것은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릴이에요. 입을 크게 벌려 바닷물을 한꺼번에 들이켠 다음, 입 안의 수염판으로 물만 걸러 내고 크릴을 삼키는 방식으로 하루에 몇 톤씩 먹어 치워요.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 가장 작은 축에 드는 먹이로 살아가는 셈이에요.

대왕고래는 20세기 상업 포경으로 멸종 직전까지 몰렸던 동물이기도 해요. 남극해에서만 수십만 마리가 잡혔고, 1966년 국제적으로 포획이 금지된 뒤에도 회복은 매우 느려요. 지금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EN) 종으로 분류되어 있어요.

한국에서는 예전에 ‘흰긴수염고래’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고, 지금은 ‘대왕고래’라는 이름이 널리 쓰여요. 울산 반구천 바위그림에 새겨진 고래들, 장생포 포경의 역사와 함께 한국 사람들에게도 고래라는 존재를 대표하는 동물이에요.

2. 이름과 분류

Blue near the surface after feeding
Blue near the surface after feeding
NOAA Fisheries/Lisa Conger · Public domain

학명은 Balaenoptera musculus예요. 속명 Balaenoptera는 ‘고래(balaena)’와 ‘날개, 지느러미(ptera)’를 합친 말로 ‘지느러미가 있는 고래’라는 뜻이에요. 종소명 musculus는 라틴어로 ‘근육’ 또는 ‘작은 쥐’라는 뜻을 모두 가질 수 있는데, 분류학의 아버지 린네가 이 이름을 붙이며 일부러 농담을 섞었다는 해석도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에 ‘작은 쥐’라는 이름이 붙었을지도 모른다니 재미있지요.

대왕고래는 수염고래 가운데 긴수염고래과(Balaenopteridae), 흔히 ‘로퀄’이라고 부르는 무리에 속해요. 로퀄은 턱 아래에서 배까지 이어지는 주름(목주름)이 특징인데, 이 주름 덕분에 입이 아코디언처럼 크게 늘어나요. 같은 과에는 참고래(긴수염고래), 보리고래, 브라이드고래, 밍크고래, 혹등고래 등이 있어요.

한국어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어요. 몸 빛깔이 푸르스름한 회색이고 수염이 길다는 뜻으로 ‘흰긴수염고래’라고 불렸는데, ‘흰’이라는 말이 실제 색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크기를 강조한 ‘대왕고래’가 점점 표준처럼 쓰이게 되었어요. 영어 이름 blue whale은 물속에서 몸이 푸르게 보이는 데서 왔고, 옛 포경선원들은 배 쪽에 낀 노란 규조류 때문에 ‘유황 배(sulphur-bottom)’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2.1. 아종

대왕고래는 사는 바다에 따라 몇 개의 아종으로 나뉘어요. 학자에 따라 분류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돼요.

아종학명주요 분포와 특징
북반구 대왕고래B. m. musculus북대서양·북태평양
남극 대왕고래B. m. intermedia남극해, 가장 큰 아종
피그미 대왕고래B. m. brevicauda인도양 남부·호주 주변, 몸이 짧고 꼬리 쪽이 짧음
북인도양 대왕고래B. m. indica북인도양, 독립 아종 여부에 논란

칠레 앞바다에 사는 집단을 별도의 아종으로 보자는 의견도 있어요. 이름의 ‘피그미’는 다른 아종보다 작다는 뜻일 뿐, 실제로는 20m 넘게 자라는 거대한 동물이에요. 각 집단은 노래의 음형이 뚜렷하게 달라서, 연구자들은 수중 녹음만으로도 어느 집단인지 구별할 수 있어요.

3. 진화

수염고래의 조상은 이빨을 가진 고래였어요. 약 3,400만 년 전부터 이빨고래와 갈라진 수염고래 계통에서는 이빨과 수염판을 함께 가진 과도기 형태가 나타났고, 점차 이빨이 사라지고 케라틴으로 된 수염판만 남게 되었어요. 지금도 수염고래의 태아는 발생 과정에서 잠깐 이빨 싹을 만들었다가 흡수해요.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같은 초대형 수염고래가 지질학적으로 아주 최근에 등장했다는 거예요. 화석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수천만 년 동안 수염고래는 대부분 10m 안팎이었고, 약 450만 년 전 무렵부터 거대한 몸이 빠르게 나타났어요. 이 시기에 빙하기가 시작되면서 바닷물이 위아래로 크게 섞이는 용승이 강해졌고, 크릴 같은 먹이가 특정 계절과 장소에 몰려 생기게 되었어요. 몸이 큰 고래일수록 먼 거리를 효율적으로 이동하고,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을 먹어 두는 데 유리했기 때문에 거대화가 진행되었다고 설명해요.

유전자 연구에서는 대왕고래가 참고래 등 다른 로퀄과 비교적 최근까지 유전자를 주고받았다는 흔적이 나타나요. 실제로 야생에서 대왕고래와 참고래의 잡종이 여러 차례 확인되었어요. 대왕고래 게놈을 분석한 최근 연구는 이 거대한 동물이 암 발생을 억제하고 세포 손상을 복구하는 유전자에서 특이한 변화를 보인다고 보고했는데, 세포 수가 엄청나게 많은데도 암에 잘 걸리지 않는 수수께끼(피토의 역설)를 푸는 단서로 주목받고 있어요.

4. 분포와 서식지

대왕고래
Andreas Tille · CC BY-SA 4.0

대왕고래는 북극과 남극의 얼음 가장자리부터 적도 부근까지 전 세계 대양에 살아요. 대체로 대륙붕 바깥의 깊은 바다를 좋아하지만, 먹이가 풍부한 해안 가까이에도 들어와요.

많은 집단이 계절에 따라 이동해요. 여름에는 크릴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고위도의 차가운 바다에서 먹이를 먹고, 겨울에는 따뜻한 저위도 바다로 이동해 새끼를 낳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혹등고래처럼 번식지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어서, 대왕고래가 어디서 새끼를 낳는지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예요. 스리랑카 근해나 북인도양 집단처럼 1년 내내 비교적 따뜻한 바다에 머무는 집단도 있어요.

대표적인 관찰 해역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 앞바다,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의 코르테스해, 캐나다 세인트로렌스만, 아이슬란드 근해, 스리랑카 남부, 칠레 남부, 호주 남부 등이 있어요. 한국 주변 바다에서는 과거 포경 기록에 대왕고래가 일부 등장하지만, 오늘날 동해나 남해에서 관찰되는 일은 극히 드물어요.

5. 신체 특징

대왕고래의 몸은 길고 날씬한 유선형이에요. 머리는 위에서 보면 넓은 U자 모양이고, 머리 위에는 숨구멍 두 개를 감싸는 높은 돌기가 있어요. 숨을 내쉴 때 솟아오르는 물보라는 높이가 9m 이상에 이르러 멀리서도 잘 보여요.

항목수치
몸길이보통 20~28m, 남극 아종 최대 30m 안팎
몸무게약 100~150톤 이상 (최대 추정치는 이보다 큼)
갓 태어난 새끼약 7m, 2~3톤
심장약 180kg 내외, 작은 승용차 크기라는 비유는 과장된 편
수염판한쪽에 약 270~395장, 길이 최대 1m 안팎, 검은색
목주름약 60~90개
순항 속도시속 8~20km, 짧게는 30km 이상

공식적으로 측정된 가장 큰 개체들은 20세기 초 남극해 포경 기지에서 잰 것인데, 당시 측정 방법이 일정하지 않아서 ‘33m’ 같은 기록은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야 해요.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한 측정 기록 가운데 가장 큰 것은 30m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에요. 암컷이 수컷보다 조금 더 큰데, 이는 수염고래에서 흔한 특징이에요.

5.1. 피부와 색

몸은 청회색 바탕에 밝고 어두운 얼룩이 흩어져 있는데, 이 얼룩 무늬가 개체마다 달라서 사진으로 개체를 구별하는 데 쓰여요. 물속에서는 햇빛을 받아 선명한 푸른색으로 보여서 이름이 붙었어요. 등지느러미는 몸에 비해 아주 작고, 몸길이의 4분의 3쯤 뒤쪽에 있어서 숨을 쉬고 한참 뒤에야 물 위로 보여요. 꼬리지느러미 폭은 7m 안팎에 이르러요.

5.2. 거대한 몸의 생리

2019년에는 연구자들이 야생 대왕고래 몸에 흡착판 센서를 붙여 처음으로 심장 박동을 기록했어요. 깊이 잠수해 먹이를 먹을 때 심박수는 분당 2회까지 떨어졌고, 수면에서 숨을 쉴 때는 분당 30회 이상으로 올라갔어요. 연구진은 이것이 거의 생리적 한계에 가까운 수준이며, 이보다 더 큰 동물은 심장이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해석했어요. 대동맥은 굵기가 사람 머리가 들어갈 정도로 넓고, 혀 하나의 무게만 몇 톤에 이르러요.

6. 생태와 습성

대왕고래
NOAA · Public domain

대왕고래는 대체로 혼자 다니거나 두세 마리가 함께 움직여요. 먹이가 아주 많은 곳에서는 수십 마리가 한 해역에 모이기도 하지만, 돌고래처럼 오래 유지되는 무리를 짓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고립된 삶을 산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요. 대왕고래의 낮은 소리는 수백 km 떨어진 곳까지 전달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멀리 떨어진 개체끼리 소리로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하루 일과는 먹이 분포에 따라 달라져요. 크릴은 낮에는 깊은 곳에, 밤에는 수면 가까이 올라오는 습성이 있어서, 대왕고래도 낮에는 100~200m 깊이로 잠수해 먹고 밤에는 얕은 곳에서 먹거나 쉬는 경향이 있어요. 한 번 잠수하면 보통 10분 안팎, 길게는 20분 넘게 머물러요.

이동 거리는 엄청나요. 위성 추적 장치를 단 개체들이 계절마다 수천 km를 오가는 모습이 확인되었어요. 동태평양 대왕고래의 경우 여름에는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먹고, 겨울에는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앞바다의 ‘코스타리카 돔’이라는 용승 해역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밝혀졌어요.

7. 먹이

대왕고래는 거의 크릴만 먹는 ‘크릴 전문가’예요. 남극해에서는 남극크릴, 북반구에서는 다른 종류의 크릴을 주로 먹고, 지역에 따라 요각류 같은 작은 갑각류를 함께 먹기도 해요.

먹는 방식은 ‘돌진 섭식(런지 피딩)’이라고 불려요. 크릴 떼를 발견하면 빠르게 가속해 돌진하면서 입을 거의 90도 가까이 벌려요. 그러면 목주름이 펼쳐지며 입 안이 풍선처럼 부풀고, 한 번에 자기 몸무게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인 바닷물을 삼켜요. 그다음 입을 닫고 혀와 목주름으로 물을 밀어내면, 수염판 사이로 물만 빠져나가고 크릴이 남아요. 이 과정이 몇십 초 정도 걸리고, 한 번 잠수하는 동안 여러 번 반복돼요.

하루에 먹는 양은 오랫동안 약 4톤 정도로 알려졌어요. 그런데 2021년에 발표된 연구는 센서와 드론, 음향 측정 자료를 종합해, 먹이가 많은 시기의 대왕고래가 하루 10톤이 넘는 크릴을 먹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어요. 대왕고래는 먹이철에 이렇게 엄청나게 먹어 지방을 쌓아 두고, 먹이가 적은 시기에는 그 저장분으로 버텨요.

돌진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행동이라, 대왕고래는 크릴 밀도가 충분히 높은 떼에서만 입을 벌려요. 크릴이 너무 흩어져 있으면 돌진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냥 지나치는, 일종의 ‘비용 계산’을 하는 셈이에요.

7.1. 바다 생태계의 거대한 비료

대왕고래의 배설물은 철분과 질소가 풍부해서 바다 표층의 식물성 플랑크톤을 키우는 비료 역할을 해요. 깊은 곳에서 먹고 수면 근처에서 배설하기 때문에 영양분을 아래에서 위로 끌어올리는 ‘고래 펌프’ 효과가 있다고 설명해요. 식물성 플랑크톤이 늘면 크릴도 늘어나기 때문에, 포경으로 고래가 줄어든 뒤 오히려 남극 크릴이 줄어들었다는 역설적인 가설도 있어요.

8. 번식과 일생

대왕고래의 번식은 아직 직접 관찰된 적이 거의 없어요. 짝짓기는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수컷이 암컷을 뒤따르며 경쟁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어요.

임신 기간은 약 10~12개월이고, 2~3년에 한 번 새끼 한 마리를 낳아요. 갓 태어난 새끼는 몸길이 약 7m, 몸무게 2~3톤으로 태어날 때부터 웬만한 동물보다 커요. 어미의 젖은 지방 함량이 30~50% 정도로 매우 진해서, 새끼는 하루에 수십 kg씩, 많게는 90kg 가까이 몸무게가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어요.

단계나이특징
신생아0~6개월진한 젖을 먹으며 빠르게 성장
젖떼기6~8개월 무렵몸길이 약 13~16m에 이름, 크릴 섭식 시작
미성숙기1~10년어미와 떨어져 홀로 생활하며 계속 성장
성적 성숙약 5~15년몸길이 20m 이상에서 번식 가능
성장 완료20~30년 무렵몸길이 증가가 거의 멈춤

수명은 70~90년 정도로 추정돼요. 수염고래의 나이는 귓구멍 안에 쌓이는 ‘귀지 마개’의 층을 세어서 알 수 있는데, 나무의 나이테처럼 해마다 밝고 어두운 층이 생겨요. 이 귀지 마개에는 그 고래가 살아온 동안 노출된 오염 물질과 스트레스 호르몬의 기록까지 남아 있어서, 과학자들에게는 일종의 ‘일생 일기장’ 역할을 해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대왕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시끄러운 동물 가운데 하나예요. 대왕고래의 울음은 주파수 10~40Hz 정도로 매우 낮아서 사람 귀에는 거의 들리지 않지만, 음압은 180데시벨을 넘는 것으로 측정되었어요. 낮은 소리는 물속에서 멀리 퍼지기 때문에, 조건이 좋으면 수백 km, 일부 추정으로는 그 이상 떨어진 곳까지 닿을 수 있어요.

수컷은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는 ‘노래’를 불러요. 집단마다 노래의 구조가 다르고, 이 노래로 짝을 부르거나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으로 추정돼요. 놀랍게도 전 세계 대왕고래의 노래 음높이가 수십 년 동안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원인으로는 포경 이후 개체 수가 회복되면서 멀리까지 크게 부를 필요가 줄었다는 설, 바다 소음이나 해양 환경 변화와 관련 있다는 설 등이 있지만 확실한 결론은 없어요.

먹이를 찾는 방법에도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위치 추적 연구에 따르면 대왕고래는 매년 먹이가 풍부했던 곳과 시기를 기억하고, 그 기억에 따라 이동하는 것으로 보여요. 다만 기후 변화로 먹이 시기가 바뀌면, 기억에 의존하는 이 전략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요.

반향정위는 이빨고래의 능력이고, 대왕고래 같은 수염고래는 돌고래처럼 정밀한 반향정위를 쓰지 않는다고 여겨져요. 대신 시각, 낮은 소리, 바다 지형과 수온에 대한 감각을 종합해 길을 찾는 것으로 추정돼요.

10. 천적과 생존

다 자란 대왕고래에게 천적은 사실상 범고래뿐이에요. 오랫동안 범고래가 대왕고래를 공격한다는 기록은 있었지만, 실제로 다 자란 대왕고래를 사냥해 죽이는 장면은 2019년 호주 서부 앞바다에서 처음 상세히 기록되었어요. 범고래 수십 마리가 협력해 몇 시간 동안 대왕고래를 지치게 만든 뒤 쓰러뜨렸어요. 몸에 범고래 이빨 자국이 남은 대왕고래가 꽤 많아서, 새끼나 약한 개체는 공격을 받는 일이 드물지 않은 것으로 보여요.

대왕고래는 큰 몸과 빠른 순항 속도로 범고래를 피하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여겨져요. 혹등고래처럼 맞서 싸우기보다는 도망치는 편이에요. 상어가 죽은 대왕고래 사체를 먹는 일은 있지만, 살아 있는 성체를 노리는 일은 거의 없어요.

오늘날 대왕고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자연의 천적보다 사람이에요. 바쁜 항로를 지나는 대형 선박과 부딪히는 사고, 어구에 얽히는 사고, 바닷속 소음이 대표적이에요.

11. 인간과의 관계

대왕고래는 너무 빠르고 컸기 때문에 범선 시대의 포경꾼들은 대왕고래를 거의 잡지 못했어요. 상황을 바꾼 것은 19세기 후반 등장한 증기선과 폭약이 달린 작살포였어요. 노르웨이에서 개발된 이 기술 덕분에 빠른 로퀄도 잡을 수 있게 되었고, 죽은 고래에 공기를 넣어 가라앉지 않게 하는 방법도 쓰였어요.

20세기 초부터 남극해에 거대한 포경 기지와 공장선이 들어서면서 대왕고래는 집중적인 표적이 되었어요. 한 마리에서 얻는 기름의 양이 엄청났기 때문이에요. 20세기 동안 남반구에서만 약 30만 마리 이상, 전 세계적으로는 약 36만 마리 정도가 잡힌 것으로 추정돼요. 1930~1931년 한 시즌에만 약 3만 마리가 잡혔다는 기록이 있어요. 고래 기름은 마가린, 비누, 윤활유, 심지어 폭약의 원료인 니트로글리세린에도 쓰였어요.

개체 수가 바닥나자 196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대왕고래 포획을 금지했어요. 하지만 그 뒤에도 옛 소련의 불법 포경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냉전 이후 공개되면서, 실제 피해가 공식 기록보다 컸다는 것이 드러났어요.

11.1. 한국과의 인연

한반도와 고래의 인연은 아주 오래되었어요. 울산 반구천 일대의 바위그림에는 선사 시대 사람들이 새긴 여러 종류의 고래와 고래를 잡는 장면이 남아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경 그림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아요. 이 바위그림은 2025년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어요. 다만 그림 속 고래가 정확히 어떤 종인지는 해석이 갈리고, 대왕고래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20세기 초에는 외국 포경 회사들이 동해에서 대형 고래를 잡았고, 해방 이후에는 울산 장생포를 중심으로 한국 포경업이 이어졌어요. 1986년 상업 포경 유예 이후 한국에서도 고래를 일부러 잡는 일은 금지되었어요. 현재 대왕고래는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로 보호받고 있어요.

2024년에는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계획에 ‘대왕고래’라는 이름이 붙어 크게 화제가 되었어요. 이 이름 덕분에 대왕고래라는 동물 이름을 처음 들어 본 사람도 많았을 거예요.

12. 보전 현황

대왕고래는 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EN)로 평가되어 있어요. 2018년 평가에서는 1990년대보다 개체 수가 늘어나 위급(CR)에서 한 단계 낮아졌다는 점이 반영되었어요. 전 세계 성숙 개체 수는 약 5,000~15,000마리, 전체 개체 수로는 1만~2만 5천 마리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커요.

가장 극적인 것은 남극 대왕고래의 감소예요. 포경 이전 남극해에는 약 20만 마리 이상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1970년대 무렵에는 수백 마리 수준, 원래의 1%도 안 되는 수준까지 줄었어요. 지금은 해마다 몇 퍼센트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원래 규모의 몇 퍼센트에 불과해요. 반면 북동태평양 집단은 비교적 많이 회복되어 수천 마리 규모에 이른 것으로 보여요.

지역 집단대략적인 상황 (자료마다 차이 있음)
남극해포경 이전의 수 % 수준, 서서히 증가
북동태평양수천 마리, 비교적 회복
북대서양수백~천여 마리 수준으로 추정
피그미 아종정확한 추정 어려움

주요 위협은 다음과 같아요.

  • 선박 충돌: 캘리포니아나 스리랑카 근해처럼 먹이터와 항로가 겹치는 곳에서 특히 심해요. 일부 지역은 선박 속도 제한이나 항로 조정을 시행하고 있어요.
  • 소음: 선박 엔진, 탄성파 탐사, 군용 음파 탐지기가 대왕고래의 의사소통과 먹이 활동을 방해해요.
  • 기후 변화: 해빙 감소와 수온 상승이 크릴 분포를 바꿔요.
  • 크릴 어업: 남극 크릴을 잡아 사료나 건강식품으로 만드는 산업이 커지면서 먹이 경쟁 우려가 있어요.

대왕고래는 CITES 부속서 I에 올라 있어 상업적 국제 거래가 금지되어 있어요.

13. 동물원·수족관에서

대왕고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살아 있는 상태로 사육된 적이 없어요. 몸집이 너무 크고, 하루에 수 톤의 크릴을 먹으며, 계절마다 수천 km를 이동하는 동물을 수조에 가두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워요. 대왕고래를 ‘애완동물’이나 ‘사육 동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사실은 거대한 해양 동물을 이해하려면 결국 바다로 나가 야생 상태를 연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줘요.

그 대신 많은 자연사 박물관이 대왕고래 골격이나 실물 크기 모형을 전시해요. 좌초해 죽은 개체의 뼈를 몇 년에 걸쳐 손질하고 조립한 골격은 그 자체로 관람객에게 대왕고래의 규모를 실감하게 해 주는 좋은 교육 자료가 돼요. 해양 동물 관찰 관광도 대왕고래를 만나는 중요한 방법인데, 배가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거리 규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요.

14. 대중문화 속 대왕고래

대왕고래는 ‘가장 큰 것’의 대명사예요. 아이들이 읽는 동물 그림책에는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고, 버스나 농구장, 비행기와 크기를 비교하는 그림이 단골로 실려요.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은 2017년 중앙 홀의 상징 전시물을 공룡 골격에서 대왕고래 골격으로 바꾸고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인간이 멸종 직전에서 되돌린 종이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로 알려진 ‘52헤르츠 고래’ 이야기도 대왕고래와 관련이 있어요. 다른 고래들과 다른 52Hz 주파수로 우는 개체가 1980년대 말부터 녹음되었는데, 대왕고래와 참고래의 잡종이거나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개체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어요. 이 이야기는 노래, 소설, 다큐멘터리 등에서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목소리’의 상징으로 자주 쓰였어요.

한국에서는 동해 가스전 사업 이름, 각종 광고와 캐릭터에서 ‘대왕고래’라는 이름이 크고 든든한 이미지를 전하는 데 쓰였어요. 1990년대 이후 환경 운동 포스터에서도 ‘고래를 살리자’는 구호와 함께 대왕고래가 자주 그려졌어요.

15. 여담

  • 대왕고래의 목구멍은 의외로 좁아서 사람이나 큰 물체는 삼킬 수 없어요. 엄청나게 큰 입과 달리 실제로 넘길 수 있는 것은 크릴 같은 작은 먹이뿐이에요.
  • 대왕고래 한 마리가 내뿜는 물보라를 보고 종을 구별할 수 있어요. 키가 크고 곧게 솟는 기둥 모양이면 대왕고래나 참고래일 가능성이 높아요.
  • 갓 태어난 새끼 대왕고래는 태어난 날부터 다 자란 코끼리보다 무거워요.
  • 남극해의 대왕고래 몸에 붙은 노란 규조류 막은 차가운 바다에서 오래 머물렀다는 표시로 여겨지기도 했어요.
  • 대왕고래의 수염판은 사람 손톱이나 머리카락과 같은 케라틴으로 되어 있어요. 과거에는 이 수염을 코르셋 살이나 우산 살로 썼어요.
  • 죽은 대왕고래가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으면 ‘고래 낙하’라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요. 수십 년 동안 수백 종의 생물이 그 사체에 기대어 살아가요.
  • 대왕고래가 한 번 숨을 쉴 때 폐에 들어가는 공기의 양은 약 5,000리터로 추정돼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대왕고래와 흰긴수염고래는 같은 동물인가요?

네, 같은 종이에요. 예전에는 ‘흰긴수염고래’라는 이름이 많이 쓰였지만, 실제 몸 색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지금은 ‘대왕고래’라는 이름이 더 널리 쓰여요.

대왕고래는 공룡보다 큰가요?

길이로는 일부 거대 용각류 공룡과 비슷했을 수 있지만, 무게로는 대왕고래가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동물보다 무겁다는 것이 대부분 학자의 견해예요.

대왕고래가 사람을 삼킬 수 있나요?

아니에요. 입은 엄청나게 크지만 목구멍이 좁아서 크릴 같은 작은 먹이만 넘길 수 있어요. 대왕고래는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 동물이 아니에요.

사진 출처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허락 사진이에요. 각 사진의 작가와 라이선스는 아래와 같아요.

  1. Anim1754 - Flickr - NOAA Photo Library.jpg — NOAA Photo Library · Public domain
  2. Blue-whale.jpg — NOAA Fisheries/Lisa Conger · Public domain
  3. BlueWhaleWithCalf.jpg — Andreas Tille · CC BY-SA 4.0
  4. Bluewhale1 noaa crop.jpg — NOAA · Public domain

같은 무리의 동물

사자
사자고양잇과 가운데 유일하게 가족 무리를 이루어 사는 대형 육식동물이에요. 아프리카 사바나와 인도 기르 숲에만 남아 있고, 개체 수가 꾸준히 줄고 있어요.
포유류VU · 취약
호랑이
호랑이고양잇과에서 가장 큰 종으로, 줄무늬 덕분에 숲속에서 몸을 감추는 단독 사냥꾼이에요. 한국인에게는 산신이자 민족의 상징이지만 야생에는 수천 마리만 남았어요.
포유류EN · 위기
치타
치타순간 시속 100km 안팎을 내는 지구에서 가장 빠른 육상동물이에요. 속도를 위해 힘을 포기한 몸이라, 먹이를 다른 맹수에게 자주 빼앗겨요.
포유류VU · 취약
아프리카코끼리
아프리카코끼리현재 땅 위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종이에요. 어미를 중심으로 한 가족 무리, 뛰어난 기억력, 초원을 가꾸는 생태계 엔지니어 역할로 유명해요.
포유류EN ·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