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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코뿔소 Ceratotherium simum

넓고 평평한 입술로 풀을 뜯는 아프리카 초원의 거구로, 살아 있는 코뿔소 가운데 가장 커요. 남부 아종은 멸종 직전에서 회복했지만 북부 아종은 암컷 두 마리만 남았어요.

코뿔소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사회적뿔은 뼈가 아니라 케라틴 덩어리넓은 '네모 입술'로 풀을 바짝 뜯음시력은 약하지만 후각·청각이 뛰어남임신 기간 약 16개월

1. 개요

흰코뿔소는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코뿔소예요. 현재 살아 있는 다섯 종의 코뿔소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크고, 육지 포유류 전체로 봐도 코끼리 다음가는 거구에 속해요. 다 자란 수컷은 2톤을 훌쩍 넘고, 큰 개체는 3톤 이상까지 나가요. 이름에 '흰'이 붙어 있지만 실제 피부색은 검은코뿔소와 마찬가지로 회색에 가깝고, 진흙 목욕을 한 날에는 그 땅의 흙 색깔을 그대로 뒤집어쓰고 다녀요.

흰코뿔소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입이에요. 풀을 뜯기 좋게 넓고 평평하게 생긴 윗입술 덕분에 영어권에서는 '네모 입술 코뿔소(square-lipped rhinoceros)'라고도 불러요. 머리는 길고 무거워서 늘 땅 쪽으로 늘어뜨리고 다니는데, 이 자세가 잔디 깎는 기계처럼 풀을 바짝 뜯어 먹는 생활과 잘 맞아요.

흰코뿔소의 역사는 '거의 사라졌다가 되살아난 동물'의 대표 사례이면서, 동시에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는 동물'의 상징이기도 해요. 남부 아종은 19세기 말 수십 마리 수준까지 줄었다가 보호 구역과 이주 사업 덕분에 수만 마리 규모로 회복했어요. 반면 북부 아종은 밀렵으로 야생에서 사라졌고, 지금은 암컷 두 마리만 남아 사실상 기능적으로 멸종한 상태예요. 이 극적인 대비가 흰코뿔소를 보전 생물학 교과서에 빠지지 않는 동물로 만들었어요.

이 문서에서는 흰코뿔소의 분류와 진화, 몸의 구조, 무리 생활과 영역 행동, 번식, 그리고 뿔을 둘러싼 밀렵 문제와 보전 활동까지 차례로 살펴봐요.

2. 이름과 분류

White rhinoceros mother and her newborn baby in the Kalahari Desert of Namibia
White rhinoceros mother and her newborn baby in the Kalahari Desert of Namibia
Giles Laurent · CC BY-SA 4.0

학명은 Ceratotherium simum이에요. 속명 Ceratotherium은 그리스어로 '뿔'을 뜻하는 keras와 '짐승'을 뜻하는 therion을 합친 말이고, 종소명 simum은 '납작한 코'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왔어요. 코뿔소과(Rhinocerotidae)에 속하며, 같은 아프리카에 사는 검은코뿔소(Diceros bicornis)와 가장 가까운 친척이에요.

2.1. '흰'이라는 이름의 수수께끼

흰코뿔소라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남아프리카에 정착한 네덜란드계 사람들이 '넓다'는 뜻의 단어로 이 동물의 입을 묘사했는데, 영어 사용자가 이를 발음이 비슷한 'white'로 잘못 알아들었다는 이야기예요. 재미있는 설명이지만, 언어학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기록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어요. 처음 본 개체가 밝은 색 흙을 뒤집어쓰고 있었다거나, 검은코뿔소보다 피부가 조금 밝아 보여서라는 설도 있어요.

결국 '흰'과 '검은'은 실제 색깔과는 거의 상관없는 이름이에요. 검은코뿔소는 흰코뿔소와 구별하기 위해 나중에 붙은 이름이라는 견해가 많아요.

한국어 '코뿔소'는 코 위에 뿔이 난 소라는 뜻의 쉬운 우리말이에요. 옛 문헌과 불경 번역에서는 '무소' 또는 한자어 '서(犀)'라는 말이 쓰였고, 코뿔소 뿔은 '서각(犀角)'이라고 불렀어요.

2.2. 아종: 남부와 북부

흰코뿔소는 전통적으로 두 아종으로 나눠요.

아종학명원래 분포현재 상태
남부흰코뿔소C. s. simum남아프리카공화국·짐바브웨·보츠와나 등 남부 아프리카약 1만 6천~1만 7천여 마리로 추정
북부흰코뿔소C. s. cottoni우간다·남수단·중앙아프리카공화국·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차드야생 절멸, 암컷 2마리만 생존

두 집단은 수십만 년 이상 따로 진화해 왔다는 유전 연구가 있어서, 일부 학자는 북부흰코뿔소를 독립된 종(Ceratotherium cottoni)으로 보자고 제안해요. 다만 아직은 아종으로 다루는 경우가 더 많고, 학계의 합의도 완전히 이루어지지는 않았어요. 북부 아종은 남부 아종보다 몸이 약간 작고 다리가 길며, 머리를 덜 낮게 드는 편이라는 관찰도 있어요.

3. 진화

코뿔소의 조상은 약 5천만 년 전 무렵 말·맥과 같은 무리인 기제목(홀수 발굽을 가진 동물) 안에서 갈라져 나왔어요. 한때 코뿔소 무리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서, 뿔이 없는 종, 하마처럼 물가에 사는 종, 날렵하게 달리는 종까지 있었어요. 흔히 '역사상 가장 큰 육지 포유류'로 소개되는 파라케라테리움도 코뿔소와 가까운 친척이지만, 오늘날 코뿔소과에 바로 속하는 동물은 아니에요.

아프리카의 두 코뿔소, 즉 흰코뿔소와 검은코뿔소는 공통 조상에서 수백만 년 전에 갈라졌다고 보는데, 연구에 따라 그 시기는 대략 400만~700만 년 전 사이로 제시돼요. 흥미롭게도 둘이 갈라진 계기는 '먹이'였던 것으로 보여요. 아프리카가 건조해지면서 초원이 넓어지자 흰코뿔소 계통은 풀을 뜯는 쪽으로, 검은코뿔소 계통은 덤불의 잎과 가지를 따 먹는 쪽으로 특화되었다는 설명이에요. 흰코뿔소의 긴 머리와 넓은 입술, 높게 솟은 어금니는 모두 이런 초원 적응의 결과예요.

화석 기록에서 Ceratotherium 속은 아프리카와 그 주변에서 플라이오세 무렵부터 확인되고, 오늘날의 흰코뿔소와 아주 비슷한 형태가 동아프리카 지층에서 발견돼요. 북아프리카에도 한때 흰코뿔소의 친척이 살았던 흔적이 있어요.

빙하기에 유라시아 북부를 누빈 털코뿔소는 아프리카 코뿔소가 아니라 오늘날 수마트라코뿔소와 더 가까운 계통이에요. 그래서 '털 난 흰코뿔소' 같은 이미지는 사실과 거리가 멀어요.

4. 분포와 서식지

흰코뿔소
Lengai101 · CC BY 3.0

흰코뿔소는 짧은 풀이 자라는 초원과 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는 사바나를 좋아해요. 물웅덩이와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 숲이 가까이 있는 평지나 완만한 언덕이 이상적인 환경이에요. 하루에도 여러 번 물을 마시고 진흙에서 뒹굴어야 하기 때문에, 물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아요.

남부흰코뿔소는 오늘날 개체의 대부분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고 있어요. 그 밖에 나미비아, 케냐, 짐바브웨, 보츠와나, 에스와티니 등에도 국립공원이나 사설 보호 구역을 중심으로 분포해요. 일부 지역은 원래 서식지였던 곳에 다시 들여온 개체군이고, 케냐처럼 원래 남부 아종이 살지 않던 나라에 옮겨 간 경우도 있어요. 남아공 안에서도 국립공원보다 사유지 목장과 민간 보호 구역에 사는 개체 비율이 꽤 높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북부흰코뿔소는 한때 나일강 서쪽의 넓은 초원 지대, 지금의 우간다 북서부,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 차드 남부 등에 살았어요. 그러나 20세기 후반 내전과 밀렵이 겹치면서 숫자가 급감했고, 마지막 야생 개체군이 남아 있던 콩고민주공화국의 가람바 국립공원에서도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더 이상 확인되지 않아요.

시기남부 아종북부 아종
19세기 초남부 아프리카 초원 전역중앙·동아프리카 북부 초원
1890년대수십~100마리 내외로 추정비교적 넓게 분포
1960년대이주 사업으로 회복 시작약 2천 마리 안팎으로 추정
2020년대1만 6천여 마리 이상사육 상태 암컷 2마리

5. 신체 특징

흰코뿔소는 통통한 원통형 몸통과 짧고 굵은 다리, 크고 긴 머리를 가졌어요. 목 뒤쪽에는 커다란 근육 혹이 솟아 있는데, 이 근육이 무거운 머리를 하루 종일 지탱해 줘요.

항목수컷암컷
어깨높이약 1.7~1.9m약 1.6~1.8m
머리몸길이약 3.7~4.2m약 3.4~3.8m
몸무게대개 2,000~2,500kg, 최대 3,500kg 이상 추정대개 1,600~1,800kg
앞뿔 길이평균 약 60cm수컷보다 가늘고 긴 편

발가락은 앞뒤 모두 세 개이고, 각 발가락 끝에 넓적한 발굽이 붙어 있어요. 발바닥에는 두꺼운 쿠션이 있어 그 육중한 몸무게를 고르게 받쳐 줘요.

5.1. 뿔

흰코뿔소는 콧등 위에 뿔 두 개가 앞뒤로 나 있어요. 앞뿔이 훨씬 길고, 뒷뿔은 짧고 뭉툭한 편이에요. 기록상 가장 긴 앞뿔은 150cm가 넘었다는 보고도 있어요.

코뿔소 뿔은 소나 영양의 뿔과 구조가 전혀 달라요. 속에 뼈 심이 없고, 사람의 손톱이나 머리카락을 만드는 단백질인 케라틴 섬유가 촘촘히 뭉쳐서 만들어져요. 뿔 중심부에는 칼슘과 멜라닌이 쌓여 단단함을 더해 줘요. 그래서 부러지거나 잘려도 뿌리 부분이 남아 있으면 일 년에 수 센티미터씩 다시 자라요.

이 사실은 의학적으로도 중요해요. 코뿔소 뿔이 열을 내리거나 병을 고친다는 믿음이 오래 이어졌지만, 성분이 손톱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런 효과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없어요.

5.2. 감각과 피부

흰코뿔소는 눈이 머리 옆쪽에 작게 붙어 있어서 시력이 좋지 않아요.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대신 청각과 후각이 뛰어나요. 관 모양의 큰 귀는 각각 따로 돌아가서 여러 방향의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있고, 커다란 콧구멍과 넓은 후각 기관 덕분에 냄새로 다른 개체의 존재와 상태를 알아내요.

피부는 두께가 수 센티미터에 이를 만큼 두껍지만 의외로 예민해요. 털은 귀 가장자리와 꼬리 끝 정도에만 남아 있고, 햇볕과 벌레를 막기 위해 진흙 목욕을 자주 해요. 진흙이 마르면 자외선 차단제와 벌레 퇴치제를 한꺼번에 바른 효과가 생겨요.

5.3. 검은코뿔소와 구별하기

두 종을 색깔로 구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특징을 봐야 해요.

특징흰코뿔소검은코뿔소
입술넓고 평평한 네모 입술끝이 뾰족하고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입술
머리 자세늘 땅 가까이 낮게비교적 높게 듦
목 뒤 혹뚜렷함거의 없음
몸집더 크고 무거움더 작음
성격비교적 온순하고 무리 지음예민하고 공격적이며 혼자 지냄
새끼 위치어미 앞에서 걸음어미 뒤에서 따라감

6. 생태와 습성

흰코뿔소는 코뿔소 가운데 가장 사회적인 종이에요. 다른 코뿔소들이 대부분 혼자 지내는 것과 달리, 흰코뿔소 암컷과 어린 개체들은 보통 몇 마리씩, 때로는 10마리가 넘는 무리를 이루어 생활해요. 이런 무리를 영어로는 'crash'라고 부르기도 해요.

하루 일과는 날씨에 따라 달라져요. 선선한 아침과 저녁, 그리고 밤에 풀을 뜯고, 한낮의 더위는 그늘에서 쉬거나 진흙 웅덩이에 몸을 담그며 피해요.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먹는 데 쓰고, 나머지 시간의 상당 부분은 쉬거나 자는 데 써요. 서서 자기도 하고 엎드려 자기도 해요.

6.1. 수컷의 영역

다 자란 수컷 가운데 힘센 개체는 자기 영역을 가져요. 영역의 크기는 먹이와 물이 얼마나 풍부한지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10제곱킬로미터 정도라는 보고가 많아요. 영역을 가진 수컷은 경계를 따라 정해진 장소에 똥을 쌓아 '똥 무더기(midden)'를 만들고, 똥을 뒷발로 흩뿌려 냄새를 퍼뜨려요. 또 오줌을 뒤쪽으로 뿌리는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요.

영역이 없는 젊은 수컷이나 나이 든 수컷은 다른 수컷의 영역 안에서 지내는 것을 허락받기도 해요. 단, 이들은 그 영역에서 번식하려 해서는 안 되고, 주인 수컷 앞에서 순종적인 태도를 보여야 해요. 이웃 영역의 수컷끼리 경계에서 마주치면 뿔을 맞대고 노려보거나, 땅을 긁고 똥을 차는 의식적인 대치를 벌여요. 대부분은 이렇게 끝나지만, 가끔은 실제 싸움으로 번져 심하게 다치기도 해요.

6.2. 이동과 속도

흰코뿔소는 덩치가 커서 느릿느릿할 것 같지만, 짧은 거리라면 시속 40km를 넘게 달릴 수 있어요. 평소에는 천천히 걸으며 풀을 뜯고, 놀라면 꼬리를 말아 올린 채 무리 전체가 한 방향으로 달려 나가요. 계절에 따라 물과 풀을 찾아 영역 안팎을 이동하지만, 긴 거리를 대규모로 이주하지는 않아요.

6.3. 생태계 속 역할

흰코뿔소는 생태학에서 말하는 '초원의 엔지니어'예요. 키 큰 풀을 바짝 뜯어 먹으면서 짧은 풀밭, 이른바 '풀밭 잔디밭'을 만들어 내는데, 이런 곳은 임팔라나 누, 얼룩말 같은 다른 초식동물이 좋아하는 먹이터가 돼요. 짧은 풀밭은 불이 번지는 것도 막아 주기 때문에, 흰코뿔소가 많은 지역에서는 산불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어요. 또 엄청난 양의 똥은 쇠똥구리와 여러 곤충의 먹이가 되고, 땅에 영양분을 되돌려줘요.

7. 먹이

흰코뿔소는 순수한 초식동물이고, 그중에서도 풀을 뜯는 '그레이저'예요. 키가 작은 풀을 특히 좋아하고, 넓은 입술로 풀을 한 움큼씩 모아 뜯어요. 앞니와 송곳니가 없기 때문에 입술이 풀을 자르는 역할을 대신하고, 뒤쪽의 크고 높은 어금니가 질긴 풀을 갈아 줘요.

하루에 먹는 양은 몸무게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수십 킬로그램의 풀을 먹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영양가가 낮은 풀을 많이 먹어야 하므로, 위가 아니라 큰창자와 맹장에서 미생물이 섬유질을 발효시키는 '후장 발효' 방식으로 소화해요.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소화 효율은 떨어지지만, 대신 많은 양을 빨리 통과시킬 수 있어요.

건기에는 풀이 말라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물가 근처의 풀이나 키가 큰 풀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요. 물은 하루에 한두 번 마시는 것이 보통이지만, 아주 건조할 때는 2~4일 정도 물 없이 버틸 수 있다는 관찰도 있어요.

8. 번식과 일생

흰코뿔소는 특정한 번식기가 뚜렷하지 않고 일 년 내내 짝짓기를 할 수 있어요. 다만 비가 많이 와서 풀이 잘 자라는 시기와 출산이 겹치는 경향이 있어요. 암컷이 발정기에 들어서면 영역 수컷이 며칠 동안 암컷 곁을 지키며 따라다니고, 다른 수컷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요. 짝짓기 자체도 꽤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임신 기간은 약 16개월로, 육지 포유류 가운데서도 긴 편이에요. 한 번에 새끼 한 마리를 낳고, 갓 태어난 새끼는 40~65kg 정도예요. 새끼는 태어나서 몇 시간 안에 일어나 걷고, 며칠이 지나면 어미를 따라 무리와 함께 이동해요. 흰코뿔소 새끼는 어미 앞에서 걷는 습성이 있는데, 어미가 뒤에서 머리로 방향을 잡아 주고 위험을 살피는 셈이에요.

단계나이특징
새끼0~1세어미 젖을 먹고, 생후 몇 주부터 풀을 맛보기 시작
젖떼기약 1~2세젖을 끊고 풀을 주로 먹음
어린 개체2~3세동생이 태어나면 어미 곁을 떠나 다른 어린 개체와 어울림
암컷 성숙약 6~7세첫 새끼 출산
수컷 성숙약 10~12세이 무렵부터 영역을 차지하려 경쟁
노년35~50세야생 수명은 대략 40~50년

암컷은 보통 2~3년 간격으로 새끼를 낳아요. 번식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밀렵으로 어른 개체를 잃으면 회복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흰코뿔소는 생각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해요. 가장 중요한 수단은 냄새예요. 똥 무더기는 일종의 '공동 게시판' 역할을 해서, 그 냄새만 맡아도 누가 다녀갔는지, 어떤 성별과 나이인지, 암컷이라면 발정 상태인지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요.

소리도 꽤 다양해요. 어미와 새끼는 가늘고 높은 소리로 서로를 부르고, 위협할 때는 콧김을 뿜거나 으르렁거리며, 수컷은 암컷에게 다가갈 때 헐떡이는 듯한 소리를 내요. 사람 귀에 잘 들리지 않는 낮은 주파수의 소리로 의사소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몸짓 언어도 있어요. 귀를 앞으로 세우고 머리를 들면 경계하는 것이고, 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으면 흥분하거나 놀란 상태예요. 무리가 위협을 받으면 서로 엉덩이를 맞대고 바깥을 향해 원을 그리듯 서서 새끼를 보호하는 행동이 관찰되기도 해요.

흰코뿔소는 길을 잘 기억해요. 물웅덩이와 진흙 목욕 장소, 똥 무더기를 잇는 오솔길을 대대로 반복해서 다니기 때문에, 오래 산 지역에서는 땅에 코뿔소 길이 뚜렷하게 패여 있어요.

10. 천적과 생존

다 자란 흰코뿔소를 사냥할 수 있는 야생동물은 사실상 없어요. 사자 무리도 건강한 어른 코뿔소에게는 함부로 덤비지 않아요. 하지만 새끼는 사자나 점박이하이에나에게 노려질 수 있고, 어미가 곁에 없거나 병든 경우에는 희생되기도 해요. 어미는 새끼를 지키기 위해 뿔을 앞세우고 돌진해요.

코뿔소 몸에는 소등쪼기새(옥스페커)가 자주 앉아 있어요. 이 새는 진드기 같은 기생충을 잡아먹고, 위험이 다가오면 시끄럽게 울어 경고를 해 준다고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 소등쪼기새가 붙어 있는 코뿔소가 사람의 접근을 더 빨리 알아챈다는 연구도 있어요. 다만 이 새가 상처를 쪼아 피를 먹기도 해서, 완전히 '착한 청소부'라고만 보기는 어려워요.

결국 흰코뿔소에게 가장 큰 위협은 사람이에요. 이 동물이 지금까지 겪은 위기는 거의 모두 사냥과 밀렵, 서식지 파괴에서 비롯되었어요. 그 밖에 극심한 가뭄도 큰 위협이에요. 풀이 말라 버리면 체중이 빠르게 줄고, 특히 새끼와 노약한 개체가 많이 죽어요.

11. 인간과의 관계

흰코뿔소의 역사는 사냥의 역사와 떼어 놓을 수 없어요. 19세기 남부 아프리카에 유럽 정착민과 사냥꾼이 몰려들면서, 크고 온순하며 무리를 지어 다니는 흰코뿔소는 아주 쉬운 사냥감이 되었어요. 고기와 가죽을 얻으려는 사냥과 스포츠 사냥이 겹치면서 개체 수는 빠르게 줄었고, 19세기 말에는 지금의 남아공 콰줄루나탈 지역의 한 보호 구역 주변에만 소수가 남았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 마지막 집단을 지키기 위해 사냥을 금지하고 보호 구역을 만든 것이 회복의 출발점이었어요. 20세기 중반에는 늘어난 개체를 다른 보호 구역과 나라로 옮기는 대규모 이주 사업이 진행되었고, 동물을 마취해 안전하게 옮기는 기술도 이 과정에서 크게 발전했어요.

11.1. 뿔을 노린 밀렵

회복에 성공한 흰코뿔소에게 200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재앙이 닥쳤어요.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코뿔소 뿔이 약재와 부의 상징으로 고가에 거래되면서 조직적인 밀렵이 급증한 거예요. 남아공에서만 한 해에 1,000마리가 넘는 코뿔소가 밀렵으로 희생된 해가 여러 번 있었어요. 밀렵꾼들은 헬리콥터와 야간 투시경, 수의학용 마취제까지 동원했어요.

이에 맞서 보호 구역들은 무장 순찰대, 추적견, 드론과 감시 카메라를 도입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마취한 코뿔소의 뿔을 미리 잘라 내는 '뿔 제거' 방법을 쓰기도 해요. 뿔은 다시 자라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하고, 뿔 제거가 코뿔소의 사회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연구와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요.

11.2. 한국과의 인연

한국에서 코뿔소는 오래전부터 '서각'이라는 약재를 통해 알려져 있었어요. 동아시아 전통 의학에서 코뿔소 뿔은 열을 내리고 독을 푸는 귀한 약재로 여겨졌고, 일부 전통 처방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한국은 1993년에 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코뿔소 뿔의 국제 거래를 금지하는 체제에 들어갔고, 이후 전통 약재에서도 코뿔소 뿔 대신 다른 원료를 쓰게 되었어요.

현재 한국에서 흰코뿔소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허가 없이 수출입하거나 거래할 수 없어요. 한국의 여러 동물원에서도 흰코뿔소를 사육해 왔기 때문에, 많은 한국인에게 '처음 본 코뿔소'는 대개 흰코뿔소예요.

12. 보전 현황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흰코뿔소는 종 전체로 '준위협(NT)'으로 분류돼요. 아종별로 보면 상황이 크게 달라서, 남부흰코뿔소는 준위협 수준이지만 북부흰코뿔소는 '위급(CR)' 단계로 평가되며 사실상 야생 절멸 상태예요.

남부흰코뿔소의 개체 수는 2012년 무렵 약 2만 마리 안팎으로 정점을 찍은 뒤 밀렵으로 줄어들었어요. 2021년 무렵에는 1만 6천 마리 안팎으로 추정되었고, 이후 일부 보고에서는 약간 회복하는 추세가 나타났어요. 다만 조사 기관과 연도에 따라 수치에 차이가 있어요.

주요 위협 요인은 다음과 같아요.

  • 뿔을 노린 밀렵과 국제 불법 거래
  • 보호 구역 운영 비용 증가와 관광 수입 감소
  • 가뭄과 기후 변화로 인한 초원 질 저하
  • 작은 보호 구역에 고립된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 감소

국제적으로는 CITES 부속서 I에 올라 상업 거래가 금지되어 있어요. 다만 남아공과 에스와티니의 남부흰코뿔소 개체군은 살아 있는 동물의 거래와 사냥 트로피에 한해 부속서 II로 분류되어 있어요.

12.1. 북부흰코뿔소를 되살리려는 시도

북부흰코뿔소의 마지막 수컷은 2018년에 숨을 거뒀어요. 남은 두 마리 암컷은 모녀 사이이고, 둘 다 건강 문제로 자연 임신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첨단 생식 기술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어요. 남은 암컷에게서 난자를 채취하고, 생전에 보관해 둔 수컷의 정자로 체외수정을 해서 배아를 만들어 냉동 보관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요. 이 배아를 남부흰코뿔소 대리모에게 이식하는 것이 다음 단계예요. 2024년에는 남부흰코뿔소 배아를 이용한 체외수정 임신이 세계 최초로 확인되었다는 발표가 있어, 이 방법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어요.

장기적으로는 보관된 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들어 정자와 난자를 얻는 연구도 진행 중이에요. 성공한다 해도 유전적 다양성 문제와 야생 복귀까지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멸종 직전의 동물을 되살리는 실험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어요.

13. 동물원에서

흰코뿔소는 코뿔소 가운데 비교적 온순하고 무리 생활에 익숙해서, 세계 여러 동물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코뿔소예요. 사육 상태에서는 풀과 건초, 초식동물용 사료를 먹고, 진흙 목욕장과 넓은 운동장, 겨울철 난방이 되는 실내 공간이 필요해요. 추운 지역의 동물원에서는 겨울에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이 기간의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가 관리 과제예요.

오랫동안 흰코뿔소는 사육 상태에서 번식이 잘 되지 않는 동물로 알려져 있었어요. 특히 동물원에서 태어난 암컷의 번식률이 낮은 문제가 있었는데, 먹이 속 식물성 화합물이 호르몬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등 여러 원인이 제시되었어요. 이후 먹이 조정과 무리 구성 개선, 인공수정 기술 등이 도입되면서 번식 성공 사례가 늘었어요.

동물원 사육을 둘러싼 논쟁도 있어요. 넓은 초원을 걷는 대형 동물을 제한된 공간에 두는 것이 윤리적인가에 대한 비판이 있고, 반대로 동물원 개체군이 유전자 보험과 연구, 대중 교육에 기여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북부흰코뿔소를 되살리려는 연구에도 동물원에서 쌓은 생식 의학 경험이 크게 활용되고 있어요.

흰코뿔소를 개인이 기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해 두면 이 동물은 결코 애완동물이 될 수 없어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라 거래 자체가 엄격히 규제되고, 수 톤의 몸무게와 넓은 공간, 전문 수의 관리가 필요한 야생동물이에요.

14. 대중문화 속 코뿔소

코뿔소는 거대한 몸과 뿔 덕분에 '돌진', '튼튼함', '고집'의 상징으로 자주 쓰여요. 스포츠 팀이나 자동차, 공구 브랜드가 코뿔소를 마스코트나 로고로 쓰는 이유도 이 이미지 때문이에요. 영어에서 'rhino'는 속어로 돈을 뜻하기도 했고, 두꺼운 피부는 비판에 꿈쩍하지 않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쓰여요.

불교 경전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어요. 이때 무소는 원래 인도에 사는 외뿔 코뿔소를 가리키지만, 한국에서도 이 구절은 시와 소설, 드라마 제목으로 널리 쓰이며 '흔들림 없이 자기 길을 가는 태도'의 상징이 되었어요.

미술사에서는 16세기 독일 화가가 직접 보지 않고 설명만 듣고 그린 코뿔소 판화가 유명한데, 이 그림 속 동물도 인도코뿔소예요. 프랑스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의 희곡 '코뿔소'는 사람들이 하나둘 코뿔소로 변해 가는 이야기로, 집단에 휩쓸리는 인간을 풍자해요.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도 코뿔소는 힘센 경비원이나 우직한 조연으로 자주 등장해요. 매년 9월 22일은 '세계 코뿔소의 날'로, 다섯 종 코뿔소의 보전을 알리는 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열려요.

15. 여담

  • 흰코뿔소 똥 무더기는 지름이 수 미터에 이를 만큼 커지기도 해요. 이곳은 코뿔소들의 정보 교환소이자 쇠똥구리들의 잔칫상이에요.
  • 흰코뿔소는 남아공 지폐에 그려진 '빅 파이브' 동물 가운데 하나예요. 빅 파이브는 원래 사냥꾼들이 잡기 가장 어렵고 위험하다고 여긴 다섯 동물(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아프리카물소)을 가리키던 말이에요.
  • 코뿔소 무리를 부르는 영어 'crash'는 '충돌'이라는 뜻도 있어서, 돌진하는 이미지와 잘 어울려요.
  • 코뿔소 뿔 밀렵을 막으려고 뿔에 추적 장치를 심거나, 뿔을 표시해 거래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시도도 있었어요.
  • 같은 기제목인 말이 흰코뿔소의 먼 친척이라는 사실은 다리 구조에서 엿볼 수 있어요. 둘 다 체중이 가운데 발가락 쪽에 실려요.
  • 흰코뿔소 새끼는 생후 몇 달 동안 하루에 1kg이 넘게 체중이 늘 정도로 빠르게 자라요.
  • 북부흰코뿔소 마지막 수컷의 죽음은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며 멸종 위기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어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흰코뿔소는 정말 하얀가요?

아니에요. 피부는 검은코뿔소처럼 회색이에요. 이름의 유래는 '넓은 입'을 잘못 알아들었다는 설 등이 있지만 확실하지 않아요.

코뿔소 뿔에 약효가 있나요?

과학적 근거는 없어요. 뿔은 손톱·머리카락과 같은 케라틴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잘못된 믿음 때문에 밀렵이 이어지고 있어요.

북부흰코뿔소는 되살릴 수 있나요?

남은 암컷 두 마리의 난자와 보관된 정자로 만든 배아를 남부흰코뿔소 대리모에게 이식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에요. 가능성은 있지만 과제가 많아요.

사진 출처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허락 사진이에요. 각 사진의 작가와 라이선스는 아래와 같아요.

  1. 109 Male White rhinoceros walking in the Kalahari Desert of Namibia Photo by Giles Laurent.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2. 075 White rhinoceros mother and her newborn baby in the Kalahari Desert of Namibia Photo by Giles Laurent.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3. Ceratotherium simum cottoni -Ol Pejeta Conservancy, Kenya.jpg — Lengai101 · CC BY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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