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검은색과 흰색 줄무늬로 온몸을 감싼 말. 사바나얼룩말(Equus quagga)은 우리가 '얼룩말' 하면 떠올리는 바로 그 동물이에요. 현재 살아 있는 얼룩말 세 종, 즉 사바나얼룩말, 그레비얼룩말, 산얼룩말 가운데 가장 수가 많고 가장 넓게 퍼져 있어서, 동물원과 다큐멘터리에서 보는 얼룩말 대부분이 이 종이에요. '평원얼룩말', '버첼얼룩말'이라고도 불러요.
사바나얼룩말은 말, 당나귀와 같은 말속(Equus)에 속하는 친척이에요. 동아프리카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 초원에서는 누 떼와 함께 해마다 수백 km를 이동하는 대이동의 주인공이고, 남부 아프리카의 초원과 사바나에서도 흔히 볼 수 있어요.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암컷과 새끼를 거느리는 가족 무리를 이루고, 이 가족들이 모여 수천 마리의 큰 무리를 만들어요.
얼룩말의 줄무늬가 왜 생겼는지는 다윈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생물학의 수수께끼예요. 포식자를 혼란시킨다는 설, 체온을 조절한다는 설, 무리 내 개체 인식에 쓰인다는 설 등이 있었고, 최근에는 흡혈 파리를 막는 효과가 가장 유력한 설명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아직 수십만 마리가 남아 있지만, 개체 수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IUCN은 2016년 준위협(NT) 등급으로 분류했어요.
2. 이름과 분류

Bernard DUPONT from FRANCE · CC BY-SA 2.0
영어 zebra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아요. 포르투갈어나 스페인어에서 야생 당나귀를 가리키던 말에서 왔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말은 다시 라틴어로 야생 말을 뜻하던 말과 이어진다고 해요. 포르투갈 탐험가들이 아프리카에서 줄무늬 말을 보고 이 이름을 붙였다는 설명이에요.
학명의 종소명 quagga는 원래 남아프리카에 살다가 멸종한 콰가를 부르던 이름으로, 콰가의 울음소리를 흉내 낸 코이코이족의 말에서 왔다고 해요. 처음에는 콰가와 사바나얼룩말을 별개의 종으로 여겼지만, 나중에 콰가가 사바나얼룩말의 남쪽 아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분류학의 규칙에 따라 먼저 붙은 이름인 quagga가 종 전체의 학명이 되었어요. 그래서 멸종한 콰가의 이름이 오늘날 살아 있는 얼룩말 전체를 대표하게 된 거예요.
한국어 '얼룩말'은 얼룩진 무늬가 있는 말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이름이에요. '사바나얼룩말'은 사바나에 사는 얼룩말이라는 뜻으로, 다른 얼룩말 종과 구분하기 위해 쓰는 이름이에요.
2.1. 얼룩말 세 종과 아종
얼룩말은 하나의 무리가 아니라 말속 안의 세 종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에요. 세 종은 겉모습이 비슷하지만 줄무늬와 생활 방식이 꽤 달라요.
| 종 | 분포 | 특징 | IUCN |
|---|---|---|---|
| 사바나얼룩말 | 아프리카 동부·남부 | 줄무늬가 넓고 배까지 이어짐, 그림자 줄 흔함 | NT |
| 그레비얼룩말 | 케냐 북부·에티오피아 | 가장 큼, 줄무늬가 가늘고 촘촘함, 둥근 큰 귀 | EN |
| 산얼룩말 | 나미비아·남아공 산지 | 목 아래 처진 살, 엉덩이에 격자무늬 | VU |
사바나얼룩말 안에서도 지역마다 줄무늬의 모양이 달라요. 북쪽의 개체는 줄무늬가 뚜렷하고 다리 끝까지 이어지지만, 남쪽으로 갈수록 줄무늬가 옅어지고 검은 줄 사이에 갈색빛 '그림자 줄'이 나타나며 다리의 줄무늬가 희미해져요. 그 극단이 바로 몸 뒤쪽에 줄무늬가 거의 없던 콰가였어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아종이 거론돼요.
| 아종 | 분포 |
|---|---|
| 그랜트얼룩말 | 탄자니아·케냐 등 동아프리카 |
| 크로세이얼룩말 | 잠비아·말라위 일대 |
| 셀루스얼룩말 | 탄자니아 남부·모잠비크 북부 |
| 차프만얼룩말 | 짐바브웨·보츠와나·나미비아 북부 |
| 버첼얼룩말 |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부 등 |
| 콰가 | 남아프리카 카루 지역 (19세기 말 절멸) |
아종의 경계와 수는 연구자마다 의견이 달라요. 최근 유전자 연구에서는 아종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점진적으로 변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어요.
3. 진화
말과 동물의 진화는 화석 기록이 가장 잘 남아 있는 사례 중 하나로 교과서에도 자주 실려요. 약 5,500만 년 전 북아메리카와 유럽에 살던 최초의 말과 동물은 여우만 한 크기로, 숲에서 나뭇잎을 먹고 발가락이 여러 개였어요. 그 뒤 수천만 년 동안 기후가 건조해지고 초원이 넓어지면서, 말의 조상들은 몸이 커지고 다리가 길어지며 발가락이 하나로 줄어 단단한 발굽이 되었고, 거친 풀을 씹기 좋은 높은 어금니를 갖게 되었어요.
말속(Equus)은 약 400만~450만 년 전 북아메리카에서 나타났어요. 이후 베링 육교를 건너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로 퍼졌고, 아프리카에 들어온 무리 중 일부가 얼룩말로 진화했어요. 유전자 연구에 따르면 얼룩말 계통은 당나귀 계통과 가깝고, 말 계통과는 그보다 조금 더 먼 관계예요. 얼룩말 세 종이 서로 갈라진 것은 대략 수십만 년에서 100만~200만 년 전 사이로 추정되지만, 연구마다 차이가 있어요. 흥미롭게도 말속의 고향인 북아메리카에서는 약 1만 년 전 무렵 야생 말이 모두 사라졌고, 훗날 유럽인이 다시 말을 들여왔어요.
줄무늬가 언제, 몇 번 진화했는지도 연구 대상이에요. 세 종의 얼룩말이 모두 줄무늬를 가지고 있지만, 줄무늬의 모양과 발생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공통 조상에게 이미 줄무늬가 있었는지 아니면 따로따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어요. 일부 당나귀와 말에게도 다리에 희미한 줄무늬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줄무늬의 유전적 바탕이 말과 동물 사이에 오래전부터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 줘요.
4. 분포와 서식지

Charles J. Sharp · CC BY-SA 4.0
사바나얼룩말은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에 걸쳐 넓게 살아요. 북쪽으로는 남수단과 에티오피아 남부, 동쪽으로는 케냐와 탄자니아, 남쪽으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부와 동부, 서쪽으로는 앙골라와 나미비아 북부까지 퍼져 있어요. 탄자니아, 케냐, 보츠와나, 짐바브웨, 잠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많이 살아요.
이름 그대로 사바나얼룩말은 풀이 풍부한 초원과 나무가 드문드문 자란 사바나를 좋아해요. 짧은 풀부터 키 큰 풀까지 다양한 초원에 살고, 탁 트인 숲의 가장자리나 관목지에도 들어가요. 매일 물을 마셔야 하기 때문에 물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살기 어려워요. 보통 물웅덩이에서 하루 이동 거리 안, 대략 10~15km 이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요.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 지대에서 기록된 적도 있어요.
사바나얼룩말의 분포 범위는 비교적 넓게 남아 있지만, 레소토, 부룬디 등 일부 나라에서는 사라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부의 콰가는 19세기 말에 완전히 멸종했어요. 농경지 확대와 울타리 설치로 이동 경로가 끊기면서, 예전처럼 수백 km를 이동하던 무리가 좁은 지역에 갇히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보츠와나에서는 수의학적 방역 울타리가 철거된 뒤 얼룩말의 장거리 이동 경로가 다시 열려, 나미비아와 보츠와나 사이를 오가는 약 500km의 이동이 확인되기도 했어요. 이는 아프리카에서 기록된 육상동물의 가장 긴 이동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요.
5. 신체 특징
사바나얼룩말은 다리가 짧고 몸통이 통통한, 조랑말 같은 체형이에요. 목 위에는 짧고 빳빳하게 선 갈기가 있는데, 갈기에도 줄무늬가 이어져 있어요. 꼬리는 소처럼 끝에만 긴 털이 달려 있어요. 귀는 크지 않고 끝이 뾰족한 편이에요. 수컷이 암컷보다 약 10% 정도 커요.
| 항목 | 수치 |
|---|---|
| 어깨높이 | 약 1.1~1.45m |
| 몸길이 | 약 2~2.5m |
| 꼬리 길이 | 약 45~56cm |
| 몸무게 | 약 175~385kg (수컷이 무거움) |
| 최고 속도 | 시속 약 55~65km |
얼룩말의 발굽은 단단하고 오래 걸어도 잘 닳지 않아요. 이빨은 위아래 앞니로 풀을 깔끔하게 끊어 내고, 높고 넓은 어금니로 거친 풀을 갈아요. 얼룩말은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 대신, 큰창자의 일부인 맹장에서 미생물이 섬유질을 발효시켜 소화해요. 이런 소화 방식은 소화 효율은 낮지만 먹이를 빨리 통과시키기 때문에, 질이 낮은 거친 풀도 많이 먹어 영양을 채울 수 있어요.
5.1. 줄무늬의 비밀
얼룩말의 줄무늬는 개체마다 모양이 달라서 사람의 지문처럼 쓰여요. 연구자들은 사진 속 줄무늬로 개체를 구분하고, 어미와 새끼도 서로의 줄무늬와 냄새, 목소리로 알아본다고 해요. 털을 깎으면 그 아래 피부는 대부분 검은색이에요. 줄무늬는 털을 만드는 세포에서 멜라닌 색소가 만들어지는 부분과 만들어지지 않는 부분이 번갈아 나타나서 생겨요.
줄무늬가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어요.
- 포식자 혼란설: 무리가 함께 달릴 때 줄무늬가 겹쳐 사자가 한 마리를 골라내기 어렵게 만든다는 설명이에요. 하지만 사자의 시력으로는 멀리서 줄무늬가 잘 구별되지 않고, 사자는 얼룩말을 별 어려움 없이 사냥한다는 반론이 있어요.
- 체온 조절설: 검은 줄과 흰 줄이 열을 다르게 흡수해 몸 표면에 작은 공기 흐름을 만들어 몸을 식힌다는 설명이에요. 더운 지역의 얼룩말일수록 줄무늬가 뚜렷하다는 관찰이 근거로 쓰였지만, 실험 결과는 엇갈려요.
- 사회적 신호설: 줄무늬로 서로를 알아보고 유대를 강화한다는 설명이에요.
- 흡혈 파리 방어설: 말파리나 체체파리 같은 흡혈 곤충이 줄무늬가 있는 표면에 잘 내려앉지 못한다는 설명이에요.
최근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은 흡혈 파리 방어설이에요. 영국의 한 농장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말에게 얼룩말 무늬 천을 입히자 말파리가 다가오기는 해도 착지에 실패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어요. 파리가 줄무늬 때문에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부딪히거나 지나치는 것으로 보여요. 아프리카의 흡혈 파리는 질병을 옮기고, 얼룩말은 털이 짧아 물리기 쉬워서 이런 방어가 생존에 중요했을 거라는 해석이에요. 다만 줄무늬가 여러 기능을 함께 할 가능성도 있어요.
6. 생태와 습성

Joachim Huber 2007-2025 (R.I.P.) · CC BY-SA 2.0
사바나얼룩말 사회의 기본 단위는 '하렘'이라고 부르는 가족 무리예요. 수컷 한 마리가 암컷 1~6마리 정도와 그 새끼들을 거느리고, 이 가족은 몇 년, 때로는 평생 함께 지내요. 암컷들 사이에도 서열이 있어서, 무리가 이동할 때는 서열이 높은 암컷이 앞장서고 수컷은 뒤에서 따라가며 무리를 지켜요. 무리를 갖지 못한 젊은 수컷들은 '총각 무리'를 이루어 함께 다니며 힘을 기르다가, 기회가 오면 가족 무리의 수컷에게 도전하거나 어린 암컷을 데려와 새 가족을 만들어요.
여러 가족 무리와 총각 무리가 모이면 수백에서 수천 마리의 큰 무리가 돼요. 큰 무리 안에서도 각 가족은 서로 떨어지지 않고 함께 움직이는데, 이런 여러 층의 사회 구조는 코끼리나 일부 영장류의 사회와 비슷하다고 평가돼요. 사바나얼룩말은 영역을 지키지 않고, 계절에 따라 먹이와 물을 찾아 넓은 지역을 돌아다녀요.
세렝게티-마사이마라 생태계에서는 약 20만~30만 마리의 얼룩말이 100만 마리가 넘는 누, 수십만 마리의 가젤과 함께 해마다 시계 방향으로 큰 원을 그리며 이동해요. 우기에는 탄자니아 남부의 짧은 풀 초원에서 새끼를 낳고, 건기가 오면 북쪽 케냐 마사이마라로 올라가요. 이동 중 마라강을 건너는 장면은 악어와 거센 물살 때문에 매우 위험하지만, 자연 다큐멘터리의 명장면으로 유명해요.
얼룩말은 서로의 털을 이로 긁어 주는 '그루밍'으로 유대를 다져요. 두 마리가 머리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두고 나란히 서서 꼬리로 상대의 얼굴에 붙은 파리를 쫓아 주기도 해요. 잠은 대부분 선 채로 자고, 무리 중 일부가 깨어 경계를 서는 동안 나머지가 잠깐씩 누워서 자기도 해요.
7. 먹이
사바나얼룩말은 풀을 주로 먹는 '그레이저(grazer)'예요. 먹이의 90% 이상이 풀이고, 가끔 나뭇잎, 새순, 잔가지, 나무껍질, 뿌리를 먹기도 해요. 하루의 절반 이상, 많게는 60~80%의 시간을 풀을 뜯는 데 써요.
얼룩말은 특히 키 크고 거친 풀의 윗부분을 잘 먹어요. 소화가 빠른 대신 효율이 낮은 소화 방식 덕분에, 다른 초식동물이 먹기 힘든 영양가 낮은 줄기도 많이 먹어 에너지를 얻어요. 이 습성은 사바나의 다른 초식동물에게도 도움이 돼요. 얼룩말이 먼저 키 큰 풀의 윗부분을 뜯어 먹으면, 그 아래의 부드러운 잎과 새순이 드러나 누가 먹기 좋아지고, 누가 지나간 뒤에는 더 짧은 풀이 드러나 톰슨가젤이 먹기 좋아져요. 이렇게 서로 다른 높이와 부위를 차례로 먹는 현상을 '방목 연쇄'라고 불러요.
얼룩말은 하루에 한 번 이상 물을 마셔야 해서 물웅덩이를 자주 찾아요. 건기에는 물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고, 물이 마른 강바닥을 앞발로 파서 물을 찾기도 해요. 미네랄을 보충하기 위해 소금기 있는 흙을 핥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8. 번식과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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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vignau Alain · CC0
사바나얼룩말은 1년 내내 새끼를 낳을 수 있지만, 많은 지역에서 풀이 풍부한 우기에 출산이 몰려요. 암컷은 1~2살 무렵 처음 발정하면 독특한 자세로 수컷들의 관심을 끌고, 이때 다른 무리의 수컷들이 어린 암컷을 데려가려고 다투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어린 암컷이 태어난 가족을 떠나 다른 가족으로 가면서 근친 번식을 피하게 돼요.
임신 기간은 약 12~13개월(약 360~390일)이에요. 보통 한 번에 한 마리를 낳고, 갓 태어난 새끼는 몸무게 약 30~35kg이에요. 새끼는 태어난 지 15분 안에 일어서고, 1시간 안에 걷고 젖을 먹으며, 몇 시간 뒤에는 어미를 따라 달릴 수 있어요. 처음 며칠 동안 어미는 다른 얼룩말이 새끼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해서, 새끼가 어미의 줄무늬와 냄새,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게 해요. 새끼의 줄무늬는 처음에는 갈색빛을 띠다가 자라면서 검게 변해요.
| 단계 | 나이 | 특징 |
|---|---|---|
| 신생아 | 0~1주 | 어미만 가까이 오게 하며 각인이 이루어짐 |
| 젖먹이 | 1주~7개월 | 몇 주 후부터 풀을 먹기 시작함 |
| 젖떼기 | 약 7~11개월 | 풀만 먹으며 무리 속에서 지냄 |
| 독립 | 1~3살 | 암컷은 다른 가족으로, 수컷은 총각 무리로 감 |
| 번식 시작 | 암컷 2~3살, 수컷 4~5살 이후 | 수컷은 가족을 얻어야 번식 가능 |
새끼 얼룩말은 사자, 하이에나, 들개, 치타 같은 포식자에게 많이 희생되어, 첫해 사망률이 높은 편이에요. 야생 얼룩말의 수명은 보통 20~25년이고, 동물원에서는 30년 넘게 사는 경우도 있어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얼룩말은 말보다 훨씬 다양한 소리를 내요. 대표적인 것이 '컹컹' 하고 짖는 듯한 울음소리로, 무리의 구성원을 부르거나 흩어진 가족을 찾을 때 써요. 이 소리는 당나귀의 울음과 개의 짖는 소리를 섞은 것 같다고 표현되기도 해요. 위험을 알아채면 짧고 날카로운 콧소리로 경고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부드럽게 콧김을 내뿜어요.
얼굴 표정과 몸짓도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에요. 귀를 앞으로 세우면 호기심이나 경계, 뒤로 바짝 젖히면 공격 의사를 나타내요. 입을 벌리고 이빨을 드러내며 입을 오물거리는 행동은 어린 얼룩말이 어른에게 복종을 표시하는 몸짓이에요. 서로의 얼굴과 냄새를 맡으며 인사하고, 꼬리의 움직임으로도 기분을 드러내요.
얼룩말은 시력과 청각이 뛰어나고, 밤에도 비교적 잘 봐요. 무리 생활 덕분에 여러 눈과 귀가 함께 경계를 서는 셈이라, 혼자일 때보다 포식자를 훨씬 빨리 발견해요. 기억력도 좋아서 오래전 이용했던 물웅덩이와 이동 경로를 기억하고, 자기 가족 구성원을 오랫동안 알아본다고 알려져 있어요.
10. 천적과 생존
사바나얼룩말의 가장 큰 천적은 사자예요. 많은 지역에서 얼룩말은 누, 물소와 함께 사자의 가장 중요한 먹잇감 가운데 하나예요. 점박이하이에나도 무리를 지어 얼룩말을 사냥하고, 아프리카들개, 표범, 치타는 주로 새끼나 어린 얼룩말을 노려요. 강을 건널 때는 나일악어가 큰 위협이 돼요.
얼룩말은 결코 만만한 먹잇감이 아니에요. 공격을 받으면 뒷발로 강하게 걷어차는데, 이 발차기에 사자가 턱이나 이빨이 부러져 결국 굶어 죽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날카로운 이빨로 물기도 해요. 가족 무리의 수컷은 포식자와 무리 사이에 서서 맞서고, 다른 무리의 얼룩말들도 함께 새끼를 둘러싸 지키는 모습이 관찰돼요. 도망칠 때는 지그재그로 달려 포식자의 추격을 어렵게 만들어요.
무리 생활도 강력한 방어 수단이에요. 수천 마리가 함께 있으면 한 마리가 잡힐 확률이 낮아지고, 경계하는 눈이 많아져요. 얼룩말은 누와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얼룩말은 시력이 좋고 누는 후각과 청각이 좋아 서로의 부족한 감각을 채워 준다는 설명이 있어요. 얼룩말의 경고 울음은 다른 초식동물에게도 신호가 돼요.
탄저병 같은 질병과 가뭄도 얼룩말 무리에 큰 피해를 줘요. 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에서는 탄저병이 얼룩말의 중요한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연구되고 있어요.
11. 인간과의 관계
아프리카의 여러 민족은 오래전부터 얼룩말을 사냥해 고기와 가죽을 얻었어요. 남아프리카의 산족이 남긴 바위 그림에도 얼룩말이 등장해요. 그러나 유럽인의 식민지 개척과 함께 사냥이 크게 늘었고, 특히 가죽과 고기를 얻기 위한 대규모 사냥과 가축 방목지 확보를 위한 제거가 이어졌어요.
그 대표적인 비극이 콰가의 멸종이에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카루와 초원 지대에 살던 콰가는 머리와 목에만 줄무늬가 뚜렷하고 몸 뒤쪽은 갈색이었던 독특한 얼룩말이에요. 정착민들은 콰가를 가축의 먹이를 빼앗는 존재로 여겨 대량으로 사냥했고, 가죽은 곡식 자루나 가죽 제품으로 쓰였어요. 야생의 마지막 콰가는 1870년대 무렵 사라진 것으로 보이고, 마지막 개체는 188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동물원에서 죽었어요. 당시에는 그것이 마지막 콰가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해요.
1984년 콰가 박제 표본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한 연구는 멸종 동물의 DNA를 분석한 첫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었어요. 이 연구로 콰가가 사바나얼룩말의 아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를 계기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987년 '콰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어요. 줄무늬가 옅은 사바나얼룩말을 골라 교배시켜 콰가와 비슷한 외모의 얼룩말을 되살리려는 시도로, 실제로 몸 뒤쪽 줄무늬가 거의 없는 '라우 콰가'가 태어났어요. 다만 겉모습만 비슷할 뿐 진짜 콰가를 되살린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어요.
얼룩말을 길들이려는 시도도 있었어요. 19세기 말 영국의 은행가이자 동물학자 월터 로스차일드는 얼룩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런던 시내를 달려 화제가 되었어요. 아프리카의 식민지에서는 말이 체체파리가 옮기는 질병에 약해서 대신 얼룩말을 쓰려는 실험이 있었지만, 얼룩말의 예민하고 공격적인 성격 때문에 실패했어요. 얼룩말과 말, 당나귀 사이의 잡종인 '좀브로이드(zebroid)', 예를 들어 얼룩말과 당나귀의 잡종 '존키'가 태어나기도 하는데, 대부분 번식 능력이 없어요.
한국에는 얼룩말이 살지 않지만, 동물원을 통해 친숙한 동물이에요. 2023년 3월 서울의 한 동물원에서 얼룩말 한 마리가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해 도심을 몇 시간 동안 돌아다니다 포획된 일이 화제가 되었어요. 이 일을 계기로 사육 환경과 동물의 스트레스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12. 보전 현황
IUCN은 2016년 평가에서 사바나얼룩말을 관심 대상(LC)에서 준위협(NT)으로 한 단계 올렸어요. 당시 평가에 따르면 전체 개체 수는 약 50만 마리 정도로, 2000년대 초 약 66만 마리에서 약 25%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어요. 다만 지역에 따라 차이가 커서, 일부 보호구역에서는 안정적이거나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크게 줄었어요. 성숙한 개체 수만 따지면 그보다 적고, 최신 조사가 부족한 지역도 많아 자료마다 수치가 달라요.
주요 위협 요인은 다음과 같아요.
- 고기와 가죽을 노린 사냥과 밀렵: 특히 보호구역 밖과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서 심해요.
- 서식지 감소: 농경지와 정착지 확대로 초원이 줄어요.
- 이동 경로 단절: 울타리, 도로, 농장 때문에 계절 이동이 막혀요.
- 가축과의 경쟁: 소와 염소가 풀과 물을 두고 경쟁해요.
- 가뭄과 기후 변화
사바나얼룩말은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흔한 동물이지만, 콰가의 멸종은 흔한 동물도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어요. 보호구역과 국경을 넘는 보전 지역의 관리, 이동 통로 확보, 지역 공동체가 야생동물 관광으로 이익을 얻도록 하는 정책이 보호에 중요해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 등에서는 사유지 보호구역과 사냥 농장에서도 얼룩말이 관리되고 있어요.
사바나얼룩말은 CITES 부속서에 올라 있지 않아요. 같은 얼룩말이라도 그레비얼룩말은 부속서 I, 산얼룩말은 부속서 II에 올라 있어요. 한국 법령에서 사바나얼룩말에 대한 별도의 보호 지위는 확인되지 않아요.
13. 동물원에서
사바나얼룩말은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번식도 잘 되는 동물이에요. 특히 기린, 타조, 영양 등과 함께 넓은 '아프리카 사바나' 방사장에서 혼합 전시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혼합 전시는 관람객에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고, 동물들에게도 자극을 주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얼룩말은 무리 동물이라 한두 마리만 따로 기르면 스트레스를 받기 쉬워요. 야생에서는 가족과 큰 무리 속에서 살기 때문에, 적어도 여러 마리가 함께 지내야 해요. 짝이나 가족을 잃은 얼룩말이 불안 행동을 보이거나 탈출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어요. 또 얼룩말은 겁이 많고 예민해서 갑작스러운 소음이나 사람의 움직임에 놀라 울타리에 부딪혀 다치기도 해요. 그래서 동물원에서는 충분히 넓은 공간, 숨을 수 있는 곳, 무리를 이룰 수 있는 개체 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요.
얼룩말의 발굽은 야생에서는 걸어 다니며 자연스럽게 닳지만, 사육 상태에서는 너무 길게 자라 관리가 필요할 수 있어요. 말처럼 길들여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에, 발굽 손질이나 건강 검진 때 마취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요.
14. 대중문화 속 얼룩말
얼룩말의 줄무늬는 그 자체로 강렬한 디자인이라 다양한 곳에 쓰여요. 길을 건너는 사람을 위한 줄무늬 횡단보도는 영국에서 '지브라 크로싱(zebra crossing)'이라고 불러요. 한국어에서도 흑백 줄무늬 패턴을 '얼룩말 무늬', '지브라 패턴'이라고 부르고, 의류와 인테리어에서 자주 쓰여요. 바코드의 검고 흰 줄 무늬를 얼룩말에 빗대기도 해요.
애니메이션에서는 드림웍스의 「마다가스카」에 나오는 얼룩말 마티가 유명해요. 동물원을 탈출해 야생을 꿈꾸는 수다쟁이 얼룩말로,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받았어요. 「라이온 킹」, 「주토피아」 등에도 얼룩말 캐릭터가 등장해요. 영화 「레이싱 스트라이프」는 경주마가 되고 싶은 얼룩말의 이야기를 다뤘어요.
의학계에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면 얼룩말이 아니라 말을 떠올려라'라는 격언이 있어요. 흔한 증상이면 먼저 흔한 병을 의심하라는 뜻이에요. 이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희귀 질환을 앓는 환자를 '얼룩말'이라 부르기도 하고, 희귀 질환 단체들이 얼룩말을 상징으로 쓰기도 해요.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에서는 흑백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심판을 '얼룩말'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의 별명도 흑백 줄무늬 유니폼에서 온 '얼룩말들'이에요.
아프리카 국가 보츠와나에서는 얼룩말이 국가 동물이며, 국가 문장에도 얼룩말 두 마리가 방패를 받치고 있어요. 흑과 백이 조화를 이루는 얼룩말은 인종 화합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어요.
15. 여담
- 얼룩말 무리를 영어로 '대즐(dazzle)'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눈이 부실 정도로 줄무늬가 어지럽다는 뜻이에요.
- 드물게 줄무늬 대신 점무늬가 있거나, 거의 검은색인 얼룩말이 태어나기도 해요. 2019년 케냐 마사이마라에서 검은 바탕에 흰 점이 있는 새끼 얼룩말이 촬영되어 화제가 되었어요. 이는 색소 분포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이상 때문이에요.
- 흰색에 가까운 '금발 얼룩말'도 드물게 관찰돼요. 색소가 부분적으로 부족한 경우예요.
- 제1차 세계대전 때 군함에 칠한 '대즐 위장'은 얼룩말 줄무늬처럼 대담한 무늬로 적이 배의 크기와 방향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시도였어요. 얼룩말이 직접적인 영감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자주 비교돼요.
- 얼룩말은 말보다 귀가 크고 둥근 편이라 소리를 잘 모아요.
- 얼룩말의 줄무늬는 엉덩이 쪽에서 방향이 바뀌어 수평이 되는데, 이 부분의 모양은 종마다 달라 종을 구분하는 단서가 돼요.
- 얼룩말은 하품처럼 보이는 행동을 자주 하는데, 이는 피곤함보다 긴장이나 사회적 신호와 관련된 것으로 보여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얼룩말은 흰 바탕에 검은 줄인가요, 검은 바탕에 흰 줄인가요?
피부는 대부분 검은색이고, 털에서 색소가 만들어지지 않는 부분이 흰 줄이 돼요. 그래서 발생학적으로는 '검은 바탕에 흰 줄'에 더 가깝다고 설명해요.
얼룩말은 왜 길들이지 못했나요?
사자·하이에나가 많은 환경에서 살아남은 탓에 겁이 많고 공격적이며, 물고 차는 힘이 세요. 한번 놀라면 쉽게 진정하지 않아, 19세기에 수레를 끌게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말처럼 널리 쓰이지는 못했어요.
사바나얼룩말도 멸종 위기인가요?
IUCN은 2016년 평가에서 준위협(NT)으로 올렸어요. 아직 수십만 마리가 있지만, 2000년대 초 이후 약 4분의 1 가까이 줄었다는 추정이 있어요. 그레비얼룩말은 위기(EN), 산얼룩말은 취약(VU)이에요.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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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quus quagga burchellii - Etosha, 2014.jpg — Yathin S Krishnappa · CC BY-SA 3.0
- Burchell's Zebra (Equus quagga burchellii) (15844593253).jpg — Bernard DUPONT from FRANCE · CC BY-SA 2.0
- Burchell's zebra (Equus quagga burchellii) suckling.jpg — Charles J. Sharp · CC BY-SA 4.0
- Equus quagga.jpg — Joachim Huber 2007-2025 (R.I.P.) · CC BY-SA 2.0
- Equus quagga (185908025).jpg — Duvignau Alain · CC0



